지지 정당이 없는 유권자들은 후보의 경력, 인물됨됨이 등 개인적인 자질을 중심으로 투표 선택을 한다. 이러한 후보자 중심의 투표선택은 많은 양의 정보 수집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결코 효율적이거나 경제적인 투표 선택의 방식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을 준거로 하지 않고 '후보자 개인'을 중심으로 투표 선택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불가피하다는 일종의 믿음 때문이다.
기성 정당 모두를 불신하기 때문에 정책 사안에 따라서 개별적인 판단이 중요하다고 믿는 것이다. 혹은 이들은 한국이나 미국처럼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삼권분립이 이루어진 경우,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이 서로 다른 정당에 의해 통제됨으로써 정당 간 견제와 타협이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의 견제와 타협으로 이어지는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믿는 소위 메디슨주의적인 유권자(madisonian voter)들이다. 이들은 입법과 행정 권력의 분할을 통한 권력의 견제가 '정책의 균형'으로 결과지워질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이들은 A정당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했다면 B정당 지역구 의원 후보에게 투표한다. 이들은 소위 균형추구형 유권자(balancing voters)들이다. 또한 이들은 매번의 선거에서 똑같은 정당을 지지하지 않고 선거 때마다 혹은 각급의 다른 선거에서 여러 정당을 번갈아가며 지지하기 때문에 그네투표자(swing voters)로 불리기도 한다.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 유권자들의 가장 일반적인 특징은 이들이 기성 정당을 불신하는 무당파 혹은 독립된 유권자(independents)라는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의 무당파 독립 유권자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이들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제공한다. 저자에 따르면 무당파 독립유권자들은 기성 정당이 미국 사회가 직면한 절실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선거에서의 승리에만 골몰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전체 유권자의 40%에 이르며, 주로 뉴햄프셔, 콜로라도, 오하이오, 버지니아, 플로리다 및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한다. 이들은 외교와 국방, 경제 정책에서는 공화당을, 사회 정책에서는 민주당을 선호한다.
미국처럼 한국에서도 무당파 유권자가 최대 다수다. 어떻게 이들을 설득해서 투표 선택으로 이어지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선거전략의 관건이다. 미국의 무당파 유권자들에 대한 연구는 한국의 무당파 유권자들에 대한 이해를 위한 훌륭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류재성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