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움직이는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옛날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사먹게 되는 식당의 된장국에서 어머니의 손맛을 찾고, 늦은 밤까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어른들보다 더 바쁘게 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옛날 초등학생 때 동네 어귀에서 같이 공차며 뛰어놀던 동무들을 그리워한다. 현실적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추억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국이 가장 맛있었고, 지금은 어디에서도 그 맛을 다시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당시의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된장국을 예술에 비유해 보자. 필자가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예술과 관련된 것이라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의 일종이다.
집에서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 부모는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김치와 된장국이 우리 몸에 좋으니 많이 먹으라고 얘기해도 잘 먹지 않는다. 아무리 배고파도 김치와 된장국만 주면 밥을 잘 먹지 않는다. 맛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자와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는 언제나 잘 먹는다. 배가 불러도 눈에 보이면 하나쯤은 거뜬하다. 몸에 좋지 않은 이러한 음식을 선호하는 것은 우선 먹기에 맛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도 된장국과 김치가 몸에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중고등학생이 된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먹이지 못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결국 음식의 첫 경험에 대한 인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예술에 비유해 보면 이렇게 해석이 가능해진다. 클래식으로 대표되는 기초예술이 발전해야 우리의 전통이 보전되고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정책적인 지원 속에 많은 예술인들이 더 나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기초예술보다 뮤지컬과 같은 상업예술에 열광하고 있다. 기초예술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그 필요성이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뮤지컬이 예술적 가치가 없다는 것은 분명 아니다. 다만 대형자본이 투자되는 뮤지컬에 의해 기초예술이 도태되거나 혹은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을 것이란 염려 때문이다.
클래식으로 첫 경험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들에 의해 우리나라 기초예술의 뿌리가 깊어지고 그 가지 위에 상업예술이 꽃을 피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자신의 섬에 갇혀서 살고 있다. 어떤 섬에는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고 있고, 어떤 섬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첫 경험, 첫 기억에 대한 추억의 섬이다.
여상법<대구문화예술회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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