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선 '한미 FTA 정국' 가나

한명숙 정동영 등 말바꾸기, 박근혜 "나라 못맡겨" 포문…민주당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슈가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처리된 협정을 무효화하겠다고 나선 민주통합당에 대해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집권 때와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반격했고, 이 발언이 나오자 민주통합당 이곳저곳에서는 '인식 부족, 현실 왜곡'이라며 박 위원장에 대한 총공세를 공식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당의 속사정이 달라 속앓이도 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힘 못 받는 박근혜 한마디

한'미 FTA가 지지율이 추락한 집권 여당에 엄청난 호재 이슈임에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4'11총선 주요 이슈로 삼으면서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민주통합당을 겨눴지만 따라주는 의원들이 없다는 것이다.

내부 비판은 이렇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FTA를 지지했던 현 야당 의원들이 '말 바꾸기'하고 있는 것을 집중적으로 성토해야 하지만 그런 힘의 뒷받침이 없다. 정책쇄신을 하자면서 현역 국회의원들이 모두 총선 대비 지역구 민심 다지기에만 매몰돼 있다. 당 쇄신의 키를 쥐고 있는 박 위원장의 발언이 소속 의원들에게 먹히지 않고 있다 등이다. 한'미 FTA 타격이 예상되는 농촌 지역구 의원들은 아예 이 문제에서 발을 빼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 발언 직후 긴급 여론조사를 벌였는데 야당의 FTA 폐기 주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보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앞섰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뿐, '정책 싸움' 보다는 '지역구 표심'을 원하는 통에 친박이든 친이든 계파 없이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바꾸기' 드러나자 당황한 민주통합당

민주통합당에서는 한명숙 대표와 정동영 의원,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이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FTA 처리에 적극적이었던 과거 모습이 동영상으로 회자되면서 당황해하고 있다.

한 대표는 국무총리를 지냈던 2006년 7월 한국무역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한'미 FTA는 대한민국 경제를 세계 일류로 끌어올리는 성장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던 부분이 인터넷 이곳저곳을 떠돌고 있어 주춤하고 있다. 같은 해 11월 24일에는 '폭력시위대책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한'미 FTA 반대 시위를 겨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엄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 네티즌이 '한미 FTA 미쿡이 웃겠다 6년간 말 바꾸며 살아온 달인들'이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것도 폭발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반(反)FTA 선봉에 서 있는 정동영 의원은 2007년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이것(한'미 FTA)을 적극적인 도전 기회로 삼아야 된다"고 했고, 유시민 대표는 2006년 "통상 국가로 성공하려면 아예 세계 자본주의의 본토로 진출해보자. 이게 한'미 FTA"라고 밝히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호재가 와도 제대로 잡지도, 활용하지도 못하는 새누리당이나, 때에 따라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는 야권이나 표만 의식했지 진정성은 없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