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학기를 앞둔 학교 현장이 어수선하다. 지난해 연말 대구에서 발생한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학교폭력의 위험성이 사회문제화되면서 학교마다 대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최근에는 학교폭력 대응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교사가 경찰에 입건돼 논란이 이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학교폭력 파문이 몰고온 신학기 교육현장을 살펴봤다.
대구시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시'도교육청은 신학기 첫 과제를 '학교폭력 근절'로 삼을 정도로 학교폭력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달 초 겨울방학을 마친 대구의 각 학교들은 최근 학교폭력 추방 캠페인을 벌이고 학교폭력 피해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교사들도 학교폭력 피해 사례가 있는지 학생들을 눈여겨 보면서 학생 생활지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새 학기부터 매일 조'종례를 의무화하고 매주 월요일 1시간을 토론이나 상담 등 학생들이 담임교사와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하도록 했다. 430개 초'중'고교 중 189개교에만 설치된 학생상담 공간 '위(Wee)클래스'도 전 학교로 늘릴 계획이다.
서부중학교는 이달 6일 방학을 마치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전체 교사들이 교문 앞에서 학교폭력 추방 캠페인을 진행했다. 직원회의 시간에도 학교폭력이 단연 이슈였다.
5년째 생활지도부장을 맡고 있는 김전종 교사는 "예전까지는 이 문제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교사들도 일부 있었지만 요즘은 교사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사가 학교폭력 문제"라며 "신학기를 맞아 주변 학교들 모두 문제 행동을 한 전력이 있는 학생들을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교사들은 중학교 2학년생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서중 변기흠 교사는 "1학년 때는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데다 고학년들이 있어 조심하는 편이고 3학년은 고교 진학에 한창 신경을 쓸 때"라며 "주로 문제는 2학년 때 불거진다. 이 시기 학생들을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중학생 1천846명과 고교생 1천888명을 상대로 학교폭력 피해 실태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학교의 학교폭력 피해율이 14.1%으로 일반계고(4.48%), 특성화고(5.16%)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학년별 분포를 보면 조사 대상자 가운데 중학교 2학년의 피해율이 15.96%로 중1(14.59%), 중3(10.4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학생들이 전하는 학교 분위기도 예전과 차이가 있다. 달서구 한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은 "학교에서 '잘 나간다'는 아이들이 요즘은 거들먹거리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편"이라며 "뉴스에서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이 구속됐다는 소식이 많이 나오다 보니 눈치껏 조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수성구 한 중학교에 다니는 김모(2학년) 군도 "졸업식 때 경찰이 눈에 띄니까 다들 몸을 사린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학교에서 급우들에게 주먹을 휘두르거나 노골적으로 괴롭히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시교육청 창의인성교육과 김기식 과장은 "학교폭력 문제에 시선이 모아지면서 각 학교에서는 '일진'이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학교폭력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학생과 교사 간 소통할 수 있는 시간, 프로그램을 늘려나가겠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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