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가 도시를 살린다] 9·끝)공연문화도시 어떻게 만들까

뮤지컬은 여기, 클래식은 저기…전문 공연장 단박에 알도록 하자

현재 리모델링이 한창인 대구시민회관은 2013년 말 클래식 전문 콘서트홀로 오픈한다. =시민회관 조감도=
현재 리모델링이 한창인 대구시민회관은 2013년 말 클래식 전문 콘서트홀로 오픈한다. =시민회관 조감도=
3D 등 최첨단 기법을 적용한 뮤지컬
3D 등 최첨단 기법을 적용한 뮤지컬 '투란도트'의 무대 예상 사진.

대구시는 공연문화도시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공연시설 확충과 공연시장 확대 등 지금까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는 본격적인 공연 산업화와 수요 충족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 이를 위해 대구시는 대구경북연구원과 함께 공연에 주안점을 둔 문화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올해 안에 내놓을 계획이다.

또한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K-POP 열풍이 2015년쯤에는 뮤지컬 등 공연 분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지역에도 한류창작 뮤지컬 상품을 내놓아 국내외 관광객들을 불러모은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문화계는 대구시가 중장기적인 관점 하에서 문화예술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연R&D허브센터 건립 추진

시는 최근 공연창작파크 조성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 타당성 심사에서 탈락함에 따라 공연창작파크 사업을 상당 부분 수정해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공연산업 경쟁력을 위해 지역에 창작연구기능이나 무대 영상연구 등을 할 수 있는 중추적인 연구기관이 필요하고 공연 창작과 기획, 보관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해 창작 공연을 실험하고 제작하게 함으로써 국내 공연산업을 선점하려는 판단에서다.

가칭 공연R&D허브센터 건립으로 이름 지어진 이 사업은 공연창작파크에 3D와 R&D 기능을 추가했고 무대 제작 기능을 갖춘 기존 공연장치제작센터를 축소했다. 센터 내 창작스튜디오는 창작 연구 및 연습이 이뤄지고 공연아카데미가 갖춰진다. 특히 창작스튜디오 내에 만들어질 3D와 CT, 홀로그램 등을 연구하는 무대 영상연구실이 눈길을 끈다. 대구시 문화산업과 홍성주 과장은 "앞으로 공연 분야에서도 3D 등 최첨단 기술이 접목될 것으로 보고 국내 최초로 3D에 초점을 맞춘 공연 제작을 위한 연구기관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질의 공연 인력을 양성하게 될 공연아카데미 또한 3D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특수 안경 없이 3D 공연을 볼 수 있는 3D 공연장 설치도 고려하고 있다.

또 기존 공연창작파크처럼 무대장치와 공연도구 및 소품을 보관하고 의상 등을 제작할 수 있는 공연용품보관센터도 센터 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후보지는 기존 공연창작파크 조성 예정지인 이시아폴리스 내가 유력하지만 앞으로 용역 조사를 통해 새로운 장소를 물색할 가능성도 있다.

◆공연 수출 및 연계 관광상품 개발

시는 앞으로 공연을 관광과 연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한다. 세계적으로 쇼핑과 공연 관람이 하나의 관광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에서도 공연 관람을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국내외 관광객들이 대구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대구를 대표하면서 관광객들에게도 친근한 공연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것이 '두사충'와 '김충선' 등 중국과 일본과 관련된 인물을 소재로 하는 창작뮤지컬 제작이다.

두사충(杜師忠)은 임진왜란 때 이여송 등과 함께 명나라 원군으로 활동했던 지리참모 장군으로 임란이 끝나고 나서 조선에 귀화했고 대구에서 활동하다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남부시외버스터미널 뒷산 모명재(募明齋)에 묻혔다. 김충선(일본명 사야가)은 임진왜란 때 당시 조총 부대를 이끌다 곧바로 귀순해 왜군과 맞서 싸운 인물로 녹동서원에 위패가 있다. 대구시 홍성주 과장은 "두 인물은 대구를 알리면서도 중국인과 일본인들에게 각각 친숙하기 때문에 이들을 소재로 공연을 만들면 중국과 일본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했다. 시는 지역의 극단 등을 활용해 창작뮤지컬을 제작한 뒤 현재 조성 중인 문화창작교류센터 내 300여 석 규모의 소극장이나 동성로 부근의 소극장 등을 빌려 공연을 상설화한다는 방침이다.

세계시장에 통할 수 있는 뮤지컬을 제작해 수출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지난해 제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선보여 큰 호응을 받은 '투란도트'는 공연과 동시에 중국에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수출했다. '투란도트'는 앞으로 무대와 의상, 조명 등에 첨단기술을 접목해 작품 완성도와 해외 경쟁력을 더욱 높인다. 이와 함께 대구뮤지컬페스티벌을 통해 제2, 3의 투란도트를 만들어 꾸준히 수출 시장에 노크할 계획이다.

◆공연장 특화사업 진행

시는 대구에 있는 각 공연장을 특화하는 공연장 선진화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20년이 넘은 공연장을 리모델링 하기 위해 시가 보유하고 있는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시민회관, 대구오페라하우스 등에 대해 인프라를 전문화하고 구성원을 특화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대구시민회관은 클래식 전문 콘서트홀로 리모델링 하고 엑스코는 대중공연 위주로 꾸며나간다는 계획이다. 대구 근현대문화의 산실인 대구시민회관은 공회당식 공연장에서 콘서트 전문홀로 리모델링 중이다. 현재 공사가 한창이며 2013년 말쯤 오픈한다. 대구시 문화예술과 김대권 과장은 "대구시민회관이 새롭게 태어나면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을 대구시민회관에 상주시켜 미래 대구 문화의 상징적 전당으로 만들고 나아가 오페라하우스와 적절한 공간적 관계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 중심으로 운영하고 무용과 발레 등 순수예술 위주로 공연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오페라하우스, (사)국제오페라축제조직위원회, 시립오페라단으로 나뉜 오페라 조직을 통합한 재단을 설립하고 운영을 전문화할 계획이다. 오페라재단은 올해 7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한층 전문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과장은 "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이 시민회관으로 이전하고 난 공간을 국악, 연극, 무용을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 하고 공연장도 이러한 장르들로 전문화하여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화계가 바란다

문화계는 대구가 진정한 공연문화도시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대구시가 단기간 실적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예총 문무학 회장은 "공연문화도시로 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일반 시민들이 문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사회지도층을 포함한 일반 시민들 또한 공연 관람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하고 직접 구매해서 보는 전향된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문 회장은 "예술가 중에는 외국 유학을 갔다 온 엘리트들이 많은데 일할 자리가 없어 실업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성구 등에서 구립예술단을 만들어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계명아트센터 김완준 관장은 "공연문화도시라는 로드맵이 단기간에 나온 것이 아니며 문화정책이라는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다소 생기더라도 반대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해가면서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며 "단순히 성과 위주나 대중영합주의로 정책을 펴지 말고 일관성과 추진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 문화예술을 이끄는 문화 전문가들을 자주 교체하기보다는 임기를 보장해주면서 소신 있게 일을 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연극협회 박현순 회장은 "문화예술인들이 경쟁력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대구시가 단기간 실적에만 얽매이지 말고 문화예술을 주제별로 좀 더 세분화해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회장은 "예술인들 또한 시대 흐름을 파악해 자신의 장르만 고집하지 말고 관객에게 서비스한다는 심정으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파워포엠 최원준 대표는 공연문화도시 정책에 있어 선택과 집중을 당부했다. 최 대표는 "여러 가지 과제 가운데 집중적으로 추진할 방안을 뽑아서 그걸 중심으로 재검토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현재 공연문화 트렌드를 고려해 무엇을 중점적으로 할 것이며 어떻게 완성해갈지 전략과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기존 인력 재교육 등 인적 인프라 육성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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