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남한 사회로 넘어와 정착한 이후 처음으로 하는 투표입니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눈치 보지 않고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신기해요."
11일 오전 8시 30분 대구 달서구 월성2동 학산종합사회복지관 제3투표소.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아침 일찍부터 투표를 하려고 줄을 선 주민 20여 명 사이에 북한이탈주민 장연희(가명'37'여) 씨가 서 있었다.
그는 '긴장 반, 설렘 반'이라고 했다. 장 씨는 지난 2004년 홀몸으로 탈북해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뒤 올해 1월 대구로 전입해 달서구에서 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장 씨가 한국에 와서 치르는 첫 선거다. 첫 선거임에도 장 씨는 단 2분 만에 투표를 끝냈다.
"너무 능숙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남한에서 처음 하는 투표라 너무 걱정돼 다른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미리 투표 절차를 숙지하고 연습까지 했다"고 웃었다.
장 씨는 "2주일 전부터 어떤 후보를 고를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도 투표를 해 본 적은 있지만 여러 후보 중 1명을 선택하는 경험은 처음이었기 때문.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뽑아요. 후보는 단 1명입니다. 한국에서처럼 여러 후보 중 1명을 고를 수 없어요. 반대표도 던질 수 없습니다. 투표용지 앞면에 아예 '찬성표'라고 적혀 있어요."
그는 "북한에서는 투표할 때 고민할 필요가 없었지만 여기서는 후보자가 너무 많아 선거공보를 다 읽는데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전했다.
장 씨는 하루빨리 통일이 돼 북한 주민들도 자기가 원하는 후보를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했다. "언젠가 반드시 통일은 이뤄질 겁니다. 그때가 되면 한반도의 모든 국민들이 선거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을 뽑겠지요. 그런데 지금 북한 사회에서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선거로 후보를 선택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북한도 사회가 바뀌어 주민들이 자신의 선거 주권을 누리고, 통일 이후 사회를 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장 씨는 또 자신이 사는 지역구에 북한이탈주민이 많이 살고 있는 만큼 이번에 선출되는 국회의원들이 특화된 지원정책을 펴주고 다른 서민들처럼 일자리 창출과 물가 안정에도 힘써주기를 바랐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