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불리며 현 정부 최고 실세로 통했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양아들'로 불리는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관의 뇌물수수 의혹에 휘말려 지난 1월 위원장직에서 불명예 퇴진한 데 이어 구속까지 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25일 오전 최 전 위원장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 14시간 넘게 조사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40분쯤 대검 청사에 나와 조사를 받고 26일 오전 1시15분쯤 귀가했다. 검찰은 이날 최 전 위원장에 대한 조사를 상당 부분 진행했다고 판단해 이르면 26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최 전 위원장은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했다"며 "할말을 다 했다"고만 밝혔다. 다만 청와대에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청와대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죄송하고 사죄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대통령께서 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는데 짐이 또 하나 얹혔다고 생각하면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는 23일 "돈을 받아 대선 여론조사 등에 사용했다"며 청와대를 향해 구명 시위를 한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주목된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파이시티 전 대표 이정배(55)씨는 지난 2007~2008년 복합유통단지 인허가 청탁을 해달라는 명목으로 건설업체 대표이자 최 전 위원장의 고향 후배인 브로커 이동율(61'구속)씨에게 11억여원을 건넸고, 이 가운데 5억~6억원가량이 최 전 위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최 전 위원장을 상대로 돈의 규모와 사용처, 인허가 과정 개입 등 대가성 여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은 순수한 도움이었을 뿐 대가성은 없었다는 답변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돈의 용처에 대해서도 여론조사 비용 등 대선 캠프 차원이 아닌 개인적인 지출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명박 정부의 '개국 공신' 가운데 한 명인 최 전 위원장이 구속된다면 이 대통령의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핵심 축이자 이명박 후보 대선캠프의 최고 지도부 격인 '6인회의'(이명박'이상득'박희태'이재오'최시중'김덕룡) 멤버 대부분이 온갖 구설에 올랐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말 놀랍고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검찰에서 이 문제를 철저하게 한점 의혹 없이 조사해서 의혹을 밝혀야 된다"고 밝혔다. 이상일 대변인은 "검찰이 의혹에 대해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거들었다.
야당은 비판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검찰이 2007년 대선 전체, 대선 자금 전체에 대해서 이번 기회에 낱낱이 수사 하기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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