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괄수가제 거부' 안과의 백내장 수술 1주일 파업

"의료질 저하 vs 집단이기주의"

9일 대한의사협회는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사 1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포괄수가제 도입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9일 대한의사협회는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사 1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포괄수가제 도입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같은 질병에 걸린 입원환자에게 같은 액수의 진료비를 매기는 포괄수가제 시행에 반대하는 의사단체가 수술 거부에 나서기로 했다. 대한안과의사회는 9일 임시총회를 열고 다음 달 1일부터 1주일간 병의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회원수 1천800명에 이르는 안과의사회는 이번 총회에 325명이 참석했으며, 이들 중 90% 이상이 수술 거부에 찬성했다. 종합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은 내년 7월부터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는데 이번 수술 거부에는 동참하지 않는다.

의료계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포괄수가제 의무적용에 반대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의 수단으로 수술 거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안과의사회가 실제로 진료를 거부할 경우 명백한 위법사항인 만큼 법에 따라 처분할 것"이라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저가 진료 막기 위해 수술거부 불가피

안과의사회는 포괄수가제는 의료서비스에 사용되는 재료와 장비를 최소한으로 해야만 이익이 극대화되는 제도라는 입장이다. 안과의사회 측은 재료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데, 모든 수술에 일정한 가격을 적용하는 포괄수가제를 실시하면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것.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을 받는 환자는 연간 29만 명(2010년 기준)에 이른다. 2006년에 비해 8만 명 이상 증가했다. 33개 주요 수술 중에서 환자가 가장 많다.

안과의사들이 '수술 거부'라는 강수를 둔 것은 포괄수가제 당연 적용으로 백내장 수술 수가가 현재보다 10% 정도 낮아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7개 질병군의 건강보험 수가는 편도, 맹장, 탈장, 치질수술과 자궁적출, 제왕절개술은 5~13% 오르는 반면 백내장 수술은 10% 내린다. 대한안과의사회 측은 현재 84만원(중증 아닌 한쪽 눈 기준)인 백내장 수술 수가를 78만원으로 깎으면, 18만원짜리 인공수정체 대신 5만~6만원 하는 저가 인공수정체를 쓰고, 필요한 검사도 적당히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안과의사회와 의협은 "백내장은 응급치료가 필요하지 않기에 1주일 정도 수술을 미뤄도 상태가 악화되지 않는다. 수술 거부 후 정부의 태도가 변하는지 지켜보고 향후 대응방침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안과 의사 수술거부 강력 대응할 것

보건복지부 측은 "안과 의사들은 이미 99% 이상 백내장 수술에 대한 포괄수가제를 스스로 적용해 왔다"면서 "산부인과·외과 등 다른 과와 똑같은 공식에 따라 수가를 조정한 것인데 안과의 수술 거부는 있을 수도, 묵과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복지부도 안과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포괄수가제 실시로 백내장 수술 수가가 10%가량 인하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백내장 수술 수가는 낮아졌지만, 대신 안저검사 등 빈도가 높은 검사의 수가를 올렸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안과의 수입이 실제로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2006년 12월 행위별 수가 상대가치 조정으로 백내장 수술가격은 낮아지고 안저검사 등 빈도가 많은 검사가격은 높아져 연 298억원의 추가수익이 발생했다는 것.

복지부는 안과 의사들이 백내장 수술을 거부하면 진료 거부로 간주해 의료법에 따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7개 질환군, 내달부터 모두 적용

DRG(Diagnosis Related Group ; 진단명 기준 환자군)이라고도 불리는 포괄수가제는 같은 질병이라면 의료 서비스의 양이나 질에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지급하는 일종의 진료비 정액제다. 치료과정이 비슷한 입원환자들을 같은 군으로 나눠 같은 가격을 매기는 '입원진료비 정찰제'인 셈이다. 미국, 호주,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실시 중이다.

복지부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는 환자에게 진료행위량을 늘릴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가 있어 과잉진료로 이어지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며, 방사선 노출, 항생제 과다 등 환자 건강을 해치는 과다진료를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7개 질병에 대해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제왕절개 분만, 자궁수술 등 7개 질병군에 한해 다음 달부터 모든 병의원에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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