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영화] EBS 세계의 명화 '룩 앳 미' 16일 오후 11시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한 뒤 유명 작가인 아버지 에티엔과 젊은 새엄마 카린, 다섯 살 난 여동생과 사는 스무 살 롤리타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뚱뚱하고 예쁘지 않은 외모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고 세상에 불만도 가득하다. 아무리 따뜻하고 예의 바르게 세상에 말을 걸어도 무시와 거부를 당하기 일쑤다 보니 점점 더 부정적으로 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런 롤리타에게 가족도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한다. 자기 일에 바쁜 아버지는 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을뿐더러 상처 주는 언행을 일삼고, 날씬하고 아름다운 새엄마가 롤리타의 마음을 진정 이해해줄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아버지가 유명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불순한 동기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롤리타는 신물이 난 터이다. 우연히 알게 된 청년 세바스티앙이 자신에게 보이는 관심도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본다. 삶의 유일한 즐거움이 노래인 롤리타는 아마추어 성악가들과 성당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준비한다. 레슨 교수인 실비아는 그간 별 관심이 없던 제자 롤리타의 아버지가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에티엔 카사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신예 작가인 남편 피에르 밀러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기대 속에 태도가 돌변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비아는 롤리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에티엔의 독선적인 성격과 남편 피에르의 속물적인 모습에 환멸을 느낀다. 오랜 준비 끝에 성당에서 딸이 공연하던 날, 아버지 에티엔의 자기중심적인 모습은 극치에 달한다. 하지만 도를 넘은 에티엔의 오만 앞에서 반발하는 이들이 등장하고, 롤리타는 이날을 계기로 세바스티앙의 순수한 마음을 비로소 받아들이게 된다.

이 영화는 프랑스 파리의 출판업계를 배경으로 다양한 모양새의 인간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감독에 따르면 권력을 휘두르는 폭군의 입장보다도 권력을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기득권자의 도움으로 성공을 앞당기기 바라는 초년병 작가는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못 먹는 음식도 감탄을 연발하며 먹는다. 주인공 롤리타는 아버지의 명성과 영향력을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기도 한다. 권력의 원천 중 하나인 외적 아름다움의 사회적 의미에도 감독은 각별한 시선을 던진다. 한편 부녀 간의 관계도 작품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그나마 있는 일말의 관심도 서투르게 밖에 표현할 줄 모르는 아버지와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딸 사이의 간극은 끝까지 완전히 좁혀지지 않는다. 모두가 하나 되어 화해하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모든 방향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작품은 마무리된다. 러닝타임 110분.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