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비의 중심 '397세대'…40대 제치고 큰 손 등극

먹고 여가활동하는데 선뜻

35세 직장인 A씨는 24평 아파트 전세에 살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옷을 쇼핑하면서 가급적이면 어려보이는 옷을 구매하려고 한다. 전자제품을 선택할 때 기능을 중시하기는 하지만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한정판에도 열광한다. 최근에는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고 자신이 대학을 다니던 90년대의 향수에 빠졌다. A씨는 대표적인 397세대의 모습이다.

397세대가 소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12일 발표한 '대한민국 30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르면 30대이면서 90년대에 대학을 나온 70년대생을 의미하는 397세대가 386세대로 불리던 지금의 40대를 제치고 소비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386'을 제친 '397'의 소비력

LG경제연구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주요 소비시장에서 '397세대'가 '386'으로 불리던 40대를 제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소비시장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인구는 2010년 기준 779만 명으로 40대 820만 명 보다 적다. 하지만 소비시장에서의 영향력은 30대가 더 크다.

2010년 기준 국내 백화점 매출 구성비에서 30대는 31.2%로 1위를 기록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도 40대와 근소하게 차이가 나는 2위를 차지했고, 편의점에서는 35.1%로 40대와 20대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온라인 도서 시장도 397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2011년 도서매출에서 30대의 비중이 37.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백화점 문화 센터에서 이제는 더 이상 40, 50대를 위한 노래 교실은 찾기가 어려워지고, 대신 30대를 겨냥해 어린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30대 여성을 위한 뷰티 강좌, 30대 남성을 위한 요리 교실 등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너도나도 최대 고객으로 부상한 30대 고객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에 대한 불안감 높은 30대

보고서는 2010, 2011년 통계청의 사회조사를 분석해 우리나라 30대의 가치관을 나타내는 키워드를 도출했다. 개방적인 가족관(Flexible), 일과 삶의 균형 중시(Balance), 사회 공동의 책임과 인권에 대한 관심(Social), 비관적 현실주의(Gloomy),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감(Anxiety) 등이다.

30대는 개방적이면서 유연한 가족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회조사에서 결혼에 대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응답한 30대가 41%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30대의 미혼율은 2000년 13.4%, 2005년 21.6%, 2010년 29.2%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또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고, 복지'인권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에 개인을 넘어 정부 등 사회적 차원의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0대의 63.9%는 자신을 중류층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계층 상승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장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전반에 대해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고 절반 가량이 사회가 5년 전에 비해 더 위험해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 건축물 및 시설물, 식품안전, 신종 전염병에 대해서 특히 불안해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후 변화 및 환경성 질환에 대해서도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소비를 즐기는 397세대

30대들의 가치관을 통해 연구원은 397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했다. 397세대는 격식보다 편안함 추구, 먹는 즐거움 선호, 가족과의 여가 중시, 집 소유보다는 실용적 거주 선호, 계획적이면서 충동적인 이중적 소비패턴 등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30대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은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대학시절 본격적으로 진행됐던 탈정치화를 경험하고 IMF 이전까지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렸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90년대의 서태지와 아이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등 문화적 풍요로움을 마음껏 누려 '탈정치화 된 문화주의'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 면에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이들이 즐겁게 소비하는 세대라는 점이다. 이전 세대들은 저축을 미덕으로 여겼지만 30대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물론 음식, 문화,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를 즐긴다.

30대의 문화적 욕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쁜 현실로 인해 잠시 잊고 있었던 문화 세대의 감수성을 자극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건축학개론, 댄싱퀸 등과 같은 영화들은 30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인기를 모았다.

LG경제연구원은 "30대는 이전 세대와 확연히 구분돼 20대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에 가장 공감하는 세대"라며 "사회 발전의 중심축이자 소비 시장의 핵심 집단으로 부상한 30대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에서 나타난 특징적인 성향들이 우리 사회와 기업에 어떤 영향으로 나타날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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