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자 유럽 사회는 격론에 휩싸였다. 온화한 성격의 다윈은 격정적 논쟁을 감당할 투지가 없었지만 대신 싸워줄 우군들이 많았다. 토머스 헉슬리(Thomas Huxely)가 대표 주자다. 8세에 공립학교에 입학해 자퇴한 것이 학력의 전부인 그였지만, 학문적 자수성가를 통해 생물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다윈의 진화론을 처음 접한 그는 "나는 바보다. 이렇게 간단한 생각을 왜 못 했을까!"라며 탄복했고, 다윈의 사상을 보급하는 데 앞장섰다. 타고난 언변을 갖춘 그는 숱한 논쟁에서 다윈의 싸움닭으로 자처했다. 그런 그에겐 '다윈의 불독'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불가지론자'(Agnostic)라는 신조어도 남겼다. 신의 존재를 아는 일은 인간의 능력 범위를 벗어난 문제이기에 이성은 그것을 증명할 수도, 반증할 수도 없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그러나 그는 1895년 오늘 타계하기 몇주 전 영적 체험 같은 것을 하게 된다. 병상에 누운 그는 지금까지 믿지 않았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실재처럼 보았다.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그는 중얼거렸다. "아, 진짜였네! 진짜였어!" 그가 본 것은 신이었을까, 환상이었을까.
김해용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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