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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문화재도 방치하는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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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우암선생 기록물 '외면'…市 "비지정문화재 예산 없어"

'도굴당해도 모르고, 역사적 가치가 높은 인물들의 기록은 안중에도 없고, 문화재 훼손을 경고해도 관계기관은 무관심하고….'

포항에는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아우르는 문화재 다량이 자리하고 있지만, 관계기관의 무관심 속에 상당수가 방치되거나 훼손위기에 놓여있다.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재는 방치(충비단량비 등)되고 상대적으로 낮은 문화재(모조비석 등)는 귀하게 취급되는 사례도 있고, 역사적 가치가 높은 인물들에 대한 기록에 무관심한 경우(다산 정약용, 우암 송시열 선생 등)도 있었다. 심지어 흥해읍에 있는 배천희 진각국사 무덤이 2006년 도굴당했지만 관계당국은 그 사실 조차 모르고 있다가 3개월이 지나 뒤늦게 사태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금락두(73'전 장기중학교 교장), 황인(62'전 동성고등학교 교사) 씨 등 지역향토 사학가들은 포항지역을 알리는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훼손되거나 훼손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을 수 년 동안 꾸준히 포항시와 경북도, 정부 등 관련기관에 제기했지만 예산문제로 외면받고 있으며 시민들의 관심도 낮다고 했다.

향토 사학가들이 꼽고 있는 훼손 혹은 방치 문화재로는 ▷장기면 뇌록(단청작업에 필요한 녹색안료) ▷충비단량비 ▷배천희 진각국사 묘 ▷다산'우암선생 저서 및 기록본 ▷장기 목장성 ▷흥인군 비석 ▷고인돌 등 청동기시대 유물 ▷석곡 이규준 선생 저서 등이다.

향토 사학가들은 사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다산 정약용, 우암 송시열 선생의 저서 혹은 기록의 존재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관계기관의 행태를 우려했다. 향토 사학자 황인 씨는 "장기로 귀양온 다산 선생이 병에 걸리면 무당을 불러 굿을 하거나 뱀을 잡아먹던 주민들을 위해 약초 쓰는 법을 담은 '촌병혹치'(村病或治)라는 책을 썼다. 포항시는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할 귀중한 문화유산이 될 책이 장기면에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다. 앞으로 포항의 자랑스러운 많은 문화유산들이 무관심으로 묻히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한 향토사학가는 우암 선생이 장기에서 귀양살이를 할 때 살았던 '오도전'의 집에서 오도전이 기록했던 우암의 모습을 담은 기록본을 손에 넣고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외면한 지역 문화재 복원 사업을 홀로 하고 있는 셈이다.

금락두 씨는 "포항지역의 우수한 문화재를 찾아내고 이를 보존하기 위해 예산을 요청하면 번번히 거절당했다. 문화재를 보존을 위한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란 포항시 문화예술과장은 "지정문화재와는 달리 진각국사 묘 등과 같은 비지정문화재의 경우 보존을 위한 예산 확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가치 있는 문화재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들어 최대한 보존하겠다"고 말했다.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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