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119> 대구은행 계산동지점-도심속의 산골

추억 속의 밥상…조미료 안써 더 깊은 고향의 맛

세상은 변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옛 맛을 찾는 본능이 있다. 화려하고 입을 유혹하는 감칠맛은 없지만, 은근함에 이끌린다. 대구 중구 약전골목 인근 '도심속의 산골'이 그렇다. 겉모습은 물론 식당 안 풍경도 마치 고향처럼 은근한 멋이 있다. 음식도 토속적이다. 시골의 정취에다 맛까지 닮은 것. 그래서 즐겨찾는 단골손님들이 많다. 비가 오는 날이면 고유의 정취가 한껏 높아진다. 금방 구워 낸 구수한 배추전에서 주인의 인심이 묻어난다. 대구은행 계산동지점 김진문 지점장은 "귀한 손님을 모실 때는 꼭 이 집을 먼저 떠올린다"고 추천한다.

'도심속의 산골'은 약전골목에서 곽병원으로 향하는 길 중간쯤에 있다. 낯선 사람은 언뜻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주변은 물론 멀리서도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안으로 들어가면 옛 정취가 느껴진다. 음식도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 도심속의 산골은 이곳에 문을 연 지 10년째다.

자리를 잡으면 호박죽부터 나온다. 밥은 돌솥밥과 연잎밥 중 선택하면 된다. 본격적인 식사 전에 먹을거리가 많다. 요것조것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 지점장은 "음식은 화려하게 맛을 낸 것보다 몸에 좋은 것이 최고"라며 "사무실 가까운 곳에 이런 토속 음식점이 있어서 정말 좋다"고 말한다. 어릴 때 즐겨먹던 찐 양배추와 호박잎도 인기다. 호박잎에 밥을 얹고 보글보글 끓는 된장 한 숟갈 넣고 쌈을 싸서 입안 가득 우물우물 먹으면 고향 생각이 난다. 반찬은 대부분 채소 위주다. 지난가을에 말려 둔 시래기와 가지나물, 부지깽이나물, 버섯 등으로 멋을 낸 4색 나물도 맛깔스럽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서 모든 음식이 자연 그대로다. 샐러드와 연뿌리, 우엉 등에 뿌린 소스는 검정깨와 매실 원액, 효소로 만든 소스다. 이 식당의 임복순 사장은 "예전부터 약선음식 공부를 꾸준히 해와 음식에 접목하고 있다"며 "곧 새로운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힌다.

음식의 깊은 맛은 손님이 가장 잘 알아차리는 법. 계산동지점 남해숙 과장은 "이 집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음식을 먹은 후에도 속이 편안하다"며 "음식이 소박하고 건강 식단이라 친숙하고 입맛에 딱 맞다"고 말한다. 최정인 계장은 "음식 하나하나가 토속적인 맛이 나서 좋다"며 "어릴 적 할머니가 정성스럽게 해주시던 음식 같아서 정이 간다"고 표현한다.

홍나은 계장도 "식사 전 입맛을 당기는 양념을 적절하게 배합한 도토리묵의 시원한 맛이 인상적"이라며 "구수한 돌솥밥에다 감칠맛 나는 양념에 쫄깃하게 만든 코다리찜의 맛도 정말 매력 있다"고 말한다. 평소 육류를 즐기는 편이라는 권세진 사원은 "이 집에 오면 항상 식탁이 풍성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한정식은 우리 몸에 가장 잘 맞는 음식이다. 하지만 가장 만만하고 편한 음식이라 자칫 소홀한 취급을 받기도 한다. 도심속의 산골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몸에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임 사장은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하며 다양한 식단을 구성하다 보니 요즘은 음식재료 가격이 너무 올라서 상차림이 힘겹다"고 한다.

한방돌솥 정식 1만2천원, 연잎밥과 치자밥, 무청 시래기 돌솥 정식은 각 1만3천원, 더덕 돌솥 정식과 호두 돌솥 정식은 각 1만4천원, 송이 돌솥 정식과 굴 돌솥 정식은 각 1만5천원이다. 호두와 굴 돌솥정식은 제철에만 선보인다.

찜의 경우 메로찜 4만8천원, 황태찜 4만원, 코다리찜 3만원이다. 이 밖에 산골수육 3만원, 송이파전 1만2천원, 해물파전 7천원이다. 예약은 필수다. 053)421-5142.

##추천 메뉴-코다리찜

군침 도는 매콤달콤 양념…밥 비벼도 맛 일품

도심속의 산골은 찜 요리를 잘하는 집으로 유명하다.

임복순 사장은 "사실 요즘은 재료 값이 너무 올라서 찜 요리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요즘은 코다리찜이 인기다. 코다리는 '생태를 반건조해서 코를 꿰놓은 것'이다. 간을 보호하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에도 '명태는 독을 푸는 효능이 있다'고 나와 있다.

이 식당의 코다리찜은 고추장 양념을 기본으로 한다.

달콤하고 매콤한 양념 맛에다 쫄깃한 코다리찜은 밥 도둑이다.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어도 좋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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