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널] 자연의 품 속에서 뛰노는 열살 산하(山何)의 꿈

소양강댐 건설로 마을 대부분이 물에 잠긴 솟탱이골에는 열살 난 산하가 산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솟탱이골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산하가 주민의 전부다. 뒤로는 태백산맥의 초록빛 산줄기가 병풍처럼 펼쳐지고, 앞으로는 소양강이 흐르는 산하의 집. 산하(山河)는 이름대로 산과 강을 누비며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자연의 품속에서 살아간다.

KBS1 TV '인간극장-山河(산하)의 여름' 편이 10일까지 오전 7시 50분 방송된다.

아들과 며느리가 남남이 되면서 박광욱(75) 할아버지와 김복임(64) 할머니가 산하의 부모가 됐다. 수몰지역이 된 솟탱이골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유일한 주민인 산하네 집에는 그 흔한 전기제품 하나 없다. 세탁기 대신 손빨래를 하고, 냉장고가 없는 대신 매끼 새로운 반찬을 만든다. 산하의 등굣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할아버지의 오토바이를 타고 산길을 내려간 다음 소양강 물줄기를 건너야 아랫마을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다시 스쿨버스로 갈아타고 20여 분을 더 가야 등교할 수 있다.

여름 산골은 개구장이 산하에게 신나는 놀이터다. 벌집에 돌을 던지고 도망가거나 계곡에서 혼자 물장난을 한다. 할아버지는 산하를 위해 부지런히 고추밭을 돌본다. 20여 마리나 되는 개들은 산짐승으로부터 밭을 지키고 할아버지는 원두막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폭우가 쏟아지자 할아버지는 집에 남고, 할머니와 산하는 강 건너 아랫마을로 급히 몸을 피한다. 이산가족 신세를 면하려면 강물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산하는 할머니를 '할엄니'라고 부른다. 할머니와 엄마를 합쳐 만든 말이다. 산하에게 할아버지 할머니는 세상의 전부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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