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런던에서 전해져 오는 기분 좋은 소식들은 좀처럼 내려갈 줄 모르는 폭염의 더위를 순간적이나마 잊게 해준다. 이제 2012 런던올림픽도 종반으로 치달으며 여느 올림픽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환희'와 '영광' 그리고 '눈물'로 점철되고 있다. 4년 동안 오늘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 태극전사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지난달 28일 영국 리벨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화려하게 치러진 개막행사는 '경이로운 영국'(Isles of Wonder)을 주제로 가장 영국다운 콘텐츠로 구성되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세계적인 흥행 감독 대니 보일이 연출한 이번 개막식에서는 대문호 셰익스피어와 팝 음악의 전설인 비틀스를 전면에 내세워 영국의 근·현대사를 그려 내었다. 마치 영국의 역사와 정체성, 가치, 유산, 디지털 시대와 미래를 담고 있는 한편의 영화 같은 이번 공연을 통해 영국의 '문학'과 '대중음악'을 유감없이 세계인들에게 선보인 것이다. 007 제임스 본드와 함께 깜작 등장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세계를 웃겼던 '미스터빈'의 로완 앳킨슨의 넉살스러운 폭소 연기 그리고 대미를 장식한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의 '헤이 주드'(Hey Jude) 열창은 주 경기장에 모인 10만여 명의 선수단과 관중은 물론 10억 명의 세계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스포츠의 환희와 열정, 기쁨과 더불어 문화·예술 공연이 선물해 주는 진한 감동은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중 런던에서는 다양한 예술행사들이 펼쳐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영국 현대미술의 상징어가 된 'yBA'(young British artists) 주역들의 전시가 개최되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중에서도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가 가득 찬 유리 진열장에 넣어 개인전을 가졌던 데미안 허스트의 대규모 회고전이 런던의 데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스포츠가 열정과 노력에 의해 승리의 기쁨으로 감동을 전해준다면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죽음에 대한 성찰과 충격적인 이미지로 엽기적인 형상을 시각언어로 보여주고 있다. 엉뚱한 발상에서 비롯된 그의 아이디어와 예술적 사고가 현대 미술계에서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금액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영국의 사회적 환경은 이번 올림픽 개막행사와 같은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내는 배경이라 여겨진다.
스포츠와 예술의 절정에서 맛보는 '감동'과 '환희'는 어떤 감정으로 전달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분명히 엄청난 차이를 보여준다. 이번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영국 문화'예술의 본령을 찾아보는 재미 또한 경기만큼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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