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근대골목투어는 2008년 대구광역시 중구청에서 개발한 관광콘텐츠로 '2012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었다. 도심의 골목길을 걷는 행사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 예는 전국에서 최초인 이 골목투어는 딱히 내세울만한 관광 상품이 빈약한 대구시가 지역의 근대 역사 문화를 탐방하는 도심투어를 개발함으로써 관광도시 대구의 이미지를 국내외적으로 부각시킬 기회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간 5개 코스에다가 야경투어 및 대구 10미(味) 맛 투어를 첨가하여 국내외 관광객의 관심을 끈 결과, 2011년에는 3만여 명이 참가했고, 올해에는 5만여 명의 참가가 예상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투어 곳곳에는 개화기 선교사의 모습과 일제강점기 시절의 3'1 독립운동정신, 이상화와 서상돈의 항일정신, 약전골목과 진골목, 제일교회와 계산성당, 경상감영공원 등 대구의 근대사를 한눈으로 엿볼 수 있는 구경거리가 가득하다.
그러나 여러 차례 이 거리를 걸어보면서 생각이 찹잡했다. 당장 일본인으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았다. 일제의 침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이미 100년이 넘었다. 3'1만세운동이 일어났던 때만 해도 거의 100년이 가까워진다. 이 골목을 걷는 일본인은 100여 년 전, 그들의 조상이 탐한 조선에서 빼앗긴 국권을 되찾고자 일으킨 국채보상운동과 조선 침탈에 항거하며 당시에 25세 청년이 지은 시를 대하는 심정이 어떨까? 항일(抗日)이 곧 애국(愛國)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던 일제강점기의 정신이 21세기 세계경제 10위권의 대한민국에서 재현되고 있음을 목격하면서, 한국인의 편협성에 손사래를 치지는 않을는지?
초등학교 동문들의 연락이 있었다. 등하굣길 골목투어, 중구에 위치한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반세기가 가까워지는 시점에 대구 근대골목투어의 짝퉁으로 손색이 없다 싶었다. 도심개발에서 소외된 남산동의 옛길은 상당수가 옛날의 모습이었다. 신작로와 아파트 단지의 개발로 자신의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문이 있는 반면에, 그 시절에 살던 집이 그냥 그대로인 동문들도 상당했다. 좁은 골목 밖으로 삐져나온 낯익은 무화과나무, 맨드라미, 분꽃, 원추리, 참나리와 봉선화가 구석빼기 틈새 땅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기 위해서 아롱아롱 고개를 내밀었다. 옛날 어른들이 사랑한 꽃들이었다. 인근 경로당에 전달한 수박과 떡은 어르신들의 환호를 받았다.
역사적 유물의 보존과 개발은 이율배반적일 수 있다. 보존만 위한다면 개발은 뒷전일 수 있다. 그러기에 조화와 공존이 병행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골목투어에 나선 국내외 관광객들에서 과거 항일이 곧 애국이었던 시절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아픈 역사이고, 지금의 한일관계는 미래사회의 번영을 향한 다정한 이웃사촌이며 우방이라는 사실도 아울러 심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재용/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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