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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토크] 빌 에반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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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피아노 트리오' 대명사, 연주자 간 교감 유도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빌 에반스는 서드스트림(클래식과 재즈의 크로스오버 형태) 계열에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로 알려진다. 1950년대 중반 뉴욕의 재즈씬은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기 위한 딜레마에 빠져있었는데 다수의 지명도 높은 아티스트들은 클래식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빌 에반스는 클래식 피아노와 작곡을 정식으로 공부한 학구파답게 이 시기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게 된다. 특히 찰스 밍거스나 아트 파머, 조지 러셀의 앨범에 참여해서 특별하고 인상적인 솔로 연주를 남기기도 한다.

1956년 빌 에반스는 자신의 데뷔 앨범을 뉴욕에서 공개한다. 빌 에반스의 작품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사랑받는 넘버 가운데 하나인 '왈츠 포 데비'(Waltz For Debby)의 초연이 담긴 앨범 'New Jazz Conceptions'를 발표한 후 마일스 데이비스 섹스텟에서 활동한다. 당시 유일한 백인 멤버였던 빌 에반스는 이후 록 퓨전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의 마일스 데이비스 스타일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되고 재즈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앨범인 'Kind Of Blue'를 탄생시키는 산파 역할을 한다.

재즈 애호가들에게 빌 에반스라는 이름은 재즈피아노 트리오의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1960년대 들어 마일스 데이비스를 떠난 빌 에반스는 베이시스트 스코트 라파로(Scott Lafaro), 드러머 폴 모티안(Paul Motian)과 함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재즈트리오를 만든다. 이미 시카고 시절 베이스와 드럼을 반주 역할로만 한정짓지 않았던 빌 에반스는 모든 멤버들에게 솔로 주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적극적인 솔로를 요청한다. 연주자 간의 상호 교감으로 완성되는 이런 연주 스타일을 인터플레이라고 부르는데 빌 에반스 트리오 이후 재즈트리오 연주의 기본으로 정착된다.

빌 에반스 트리오의 앨범 가운데 뉴욕의 빌리지 뱅가드에서 열린 실황을 담은 'Waltz For Debby'와 'Sunday At The Village Vanguard'는 '서로 아무 말없이 연주만으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는 빌 에반스의 회고처럼 최고의 연주를 담게 된다. 특히 스코트 라파로의 연주는 빌 에반스가 원하던 모습 자체였는데 적극적인 솔로 연주를 통해 또 다른 리드 악기로 베이스를 위치시킨다. 하지만 스코트 라파로는 두 장의 앨범을 끝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공연이 끝난 지 불과 10일 후인 1961년 7월 6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재즈팬들과 빌 에반스에게 큰 충격을 주게 되는데 당시 나이는 불과 25세였다.

스코트 라파로 타계 후 빌 에반스는 한동안의 침체기를 거쳐 다시 수작들을 공개한다. 새로운 피아노 트리오를 구성하기도 하고 일렉트릭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한다. 특히 1970년대 들어 몇 차례 그래미 상을 수상하기도 할 만큼 안정적인 활동을 전개한다. 하지만 오랜 약물 습관으로 심각한 건강 악화가 이어지고 1980년 9월 뉴욕에서 세상을 떠난다.

빌 에반스는 재즈 입문자들에게 가장 권해주고 싶은 연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를 재즈피아노계의 쇼팽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꼭 음반으로 만나보길 권한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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