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응답하라! 안전"… 잇단 성범죄에 주민 불안

놀이터 CCTV 추가 설치, 택배도 로비에 별도 보관…사설 안전요원 쓰는

성범죄와 강력사건으로 사회 분위기가 험해지자 신규 아파트는 물론 기존 아파트까지 안전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신성미소시티 방재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성범죄와 강력사건으로 사회 분위기가 험해지자 신규 아파트는 물론 기존 아파트까지 안전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신성미소시티 방재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5일 오후 대구 달서구 죽전동의 한 아파트. 노란색 승합차량이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자 대테러부대원 같은 차림의 건장한 남자 여섯 명이 차량을 에워쌌다. 차량 문이 열리자 어린이집 모자를 쓴 5~7세 남녀 아이들이 줄지어 내렸다. 어린이집 통학차량 앞에 나타난 남성들은 다름 아닌 이 아파트 사설 안전요원.

한 직원은 "경비 직원들이 아파트 보안뿐만 아니라 어린이 경호까지 맡고 있다"고 했다.

◆험한 세상 아파트의 변모

어린이와 여성 등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따르자 대구지역 아파트단지들이 보안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층간 통로도 범죄 사각지대가 되면서 각 아파트 단지들은 입주민의 안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단지들이 입주민, 특히 아이들의 안전에 부쩍 신경을 쓰면서 과거 고급주택의 전유물이었던 보안시스템이 최근 들어 일반 아파트에도 속속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분양한 대구 달서구 월드마크웨스트엔드는 영화에 나올 법한 최첨단 보안 시스템을 재현했다. 위급사항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엘리베이터 시스템, 외부 침입 시 경비실뿐 아니라 지정된 번호로 문자가 전송되는 현관문과 발코니 센서 등을 갖췄다. 택배 역시 아파트 로비에 별도로 보관하도록 했다.

기존 아파트에도 폐쇄회로(CC)TV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대구 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최근 전체 입주민 회의를 가졌다. 지난주 성범죄자 신상이 담긴 우편물이 아파트 단지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주부 김모 씨는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자들이 아파트 주변에 3명이나 산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은 주차장 외에 CCTV 10대를 아파트 곳곳에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시스템으로 안전 책임진다

새로 생기는 아파트 역시 세이프티(safety) 아파트가 대세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안심하고 지켜볼 수 있는 주부전용 옥외 커뮤니티시설 '맘스존'(Mom's zone)은 물론 일명 셉티드(CEPTED'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기법까지 속속 도입되고 있다.

7일 모델하우스를 열고 분양에 들어가는 대우건설 복현 푸르지오의 경우 지하주차장 비상콜버튼에서 어린이 놀이터 보안 현관, 엘리베이터 등에 디지털녹화 시스템, 무인경비 시스템을 설치한다.

앞서 모델하우스를 오픈한 현대산업개발의 달서구 월배아이파크와 대림산업 e-편한세상도 단지 안전성을 강조했다. e-편한세상은 저층동체감지 시스템을 설치, 발코니로 사람이나 물체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경비실에 연락되는 보안시스템을 적용했다.

월배아이파크는 출입구, 보행자 출입구, 각 동 출입구, 어린이 놀이터, 엘리베이터 등 주요 장소마다 CCTV를 설치했다. 차량 출입구에는 자동 차량번호 인식이 가능한 차량통제시스템을 도입했다. 외부차량의 단지 내 무단침입을 통제하는 등 범죄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환경적 요인을 사전에 차단한 것. 이외에 지하주차장에 CCTV와 연동한 비상벨을 설치하고 전방위 카메라를 달아 안전 사각지대를 없앴다.

현대산업개발 이정훈 부장은 "삶의 질 향상과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안전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아파트의 안전시스템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아동이나 여성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안전시스템을 확산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셉티드 기법

범죄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환경적 요인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아파트 비상계단을 밖에서도 관찰할 수 있도록 유리로 설계하거나 지하주차장 기둥을 사각형 대신 둥글게 설계해 사각 지역을 최소하화는 것. 밀어서는 열리지 않고 당겨야만 열 수 있는 은행 출입문도 강도가 도망갈 때 도주를 지체시킬 수 있는 셉티드 기법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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