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고향의 향기

아침 나절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가을 깊숙이 들어온 듯 싶다. 가을비가 내린 후로는 찬 기운마저 느끼게 한다. 바람에 휘청거리던 코스모스도 벌써 꽃잎이 떨어져 외롭게 보인다. 마치 그리운 그 사람이 떠난 빈자리 같이 허전하다.

초록이 물들어 단풍으로 변해 가을이 깊어감을 느끼게 한다. 가을은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계절로 수확의 기쁨 소리가 우렁차다. 봄에 씨앗 뿌리고 가마솥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 매고 가꾼 덕에 풍성한 수확의 가을을 맞았다. 도로 변에는 벼를 건조하는 농민들의 일손이 바쁘다.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내 마음의 자유와 평화, 풍요와 보람에 있다고 했다. 봄이면 뒷동산에서 진달래꽃 따먹고 밀밭에서 서리하던 일, 개울에서 물고기 잡으며 물장구 치고 놀던 일들이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말썽 피우고 야단도 많이 맞았던 어린 시절이지만 환갑을 넘긴 지금도 기억으로 남아 있다. 고향은 우리 생명의 시작이자 생활의 밑바탕을 이루는 곳으로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서도 위로 받을 수 있는 푸근한 어머니 품과 같은 곳이다.

이렇듯 정감 어린 내 고향 상주는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가 깊은 고장이다. 백두산에서 시작한 한반도의 등줄기가 힘차게 뻗어 내려오다 우뚝 멈춰선 곳이 상주이다.

하지만 상주는 1980년대만 해도 인구가 20여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주민들이 대도시로 떠나 빈 집이 늘어나고 노인만 사는 도시로 변해 어린 시절의 추억도 사라지고 낭만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

생업을 위해 고향을 등진 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인정이 넘치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조성하기 위해 우리 모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지금 우리 고향 농민은 버림받은 늙은 아내처럼 묵묵히 그 마른 가슴을 끌어안고 영화롭던 옛 시절의 추억을 기리고 있을 뿐이다. 솔솔 부는 가을바람이 열린 창으로 스며들면서 오늘 따라 유독 고향 내음이 내 가슴을 적신다. 마치 어머니의 내음, 농부의 땀 냄새를 느끼게 한다.

신종운 상주상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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