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대신해 독을 마신다. 왕이 남긴 수랏상의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를 보면 가녀린 궁녀들의 힘겨운 생활을 엿볼 수 있다. 평온했던 시기 궁녀들의 생활이 이럴진대 일제 수탈로 몰락한 왕조의 궁녀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박창복 여사는 조선시대 마지막 상궁 중 한 사람이다. 1902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12세 때 집 앞을 지나던 상궁의 "예쁘다"는 말만 듣고 궁중생활을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상궁들의 회초리를 맞으며 궁중용어와 몸가짐을 배우게 됐다. '마지막 왕후'인 순정효황후(윤비)의 지밀상궁이 돼 머리를 빗기고 몸을 씻어주는 온갖 시중을 들었다. 창덕궁 낙선재(樂善齋)에서 순정효황후를 모신 세월만도 30여 년이었다. 6'25 전쟁으로 운현궁에 피란했을 때는 쌀을 구걸해 와야 할 만큼 궁핍하게 지냈다. 순정효황후가 1966년 세상을 뜨자 궁중법도대로 3년상을 치른 후 보문사로 들어갔다. '비록 왕조는 망했지만 궁녀로서의 체통과 권위를 지켜야 한다'는 순정효황후의 가르침을 받아 평생을 처녀로 늙었다. 살붙이 하나 없이 평생 절개를 지킨 박 상궁은 무의탁노인 시설인 보문사 시자원에서 1981년 오늘 숨을 거뒀다. 같이 생활한 김명길 상궁이 1983년, 성옥염 상궁이 2001년 세상을 떠나면서 조선시대 궁녀의 역사도 마침표를 찍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