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현수의 시와 함께] 자리-이태정

모서리 앉지 마라 말씀하신 아버지가

명퇴 후 습관처럼 모서리에 앉아 계신다

가운데 앉으세요 해도 고개만 저으신다

키도 작아지고 목소리도 작아지고

가장(家長) 자리에서 가장자리 된 아픈 이름

한사코 가운데자리 앉혔다 눈시울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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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는 짧은 형식 속에 담긴 무한한 뜻, 자연스럽게 흐르는 리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짧은 형식과 자연스러운 리듬은 각박해지는 우리 시대에 더욱 필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시조에서 그려지고 있는 명퇴한 아버지의 안타까운 모습은 우리 시대에 점점 자리를 잃어가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세상을 사는 동안 모든 사람이 모서리가 아니라 가운데자리에 앉을 수 있는 세상이 기다려집니다.

시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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