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고양이는 살았나, 죽었나?' 슈뢰딩거

독가스 밸브와 연결된 상자가 있다. 상자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밸브를 여는 버튼은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방사성 원자 1개가 붕괴할 경우 작동한다. 고양이의 생사는 원자의 붕괴 여부에 달려 있는 것. 문제는 이 원자가 붕괴될 확률이 50%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살았을까, 죽었을까. 상식대로라면 고양이는 살아있거나 죽어있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한다. 그러나 물리학 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양자역학의 관점에서는 이상한 결론이 도출된다. 방사성 원자의 붕괴 확률에 따라, 상자를 열기 전까지 고양이는 살아있기도 하며 동시에 죽어있기도 하다. 우리가 상자를 여는 순간에야 비로소 고양이의 생사는 결정된다.

위 실험은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1935년에 고안했던 유명한 실험으로 '슈뢰딩거의 고양이'라고 불린다. 실제 실험을 한 것은 아니고 머릿속 즉 사고로만 제안한 실험이다. 양자역학 관점에 따르면 원자 등 미시세계의 사건은 관측되기 전까지 확률적으로만 계산할 수밖에 없으며 서로 다른 상태가 공존하고 있다.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에 결함이 있다고 믿었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슈뢰딩거 고양이' 실험을 제안해 훗날 무수한 논쟁을 불렀다. 오스트리아가 낳은 이 불세출의 물리학자는 1961년 오늘 타계했다.

김해용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