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간 200주년…'성서' 못잖은 스테디셀러

그림 형제 민답집/ 그림 형제 지음/ 김경연 옮김/ 현암사 펴냄

'백설 공주' '빨간 모자' '헨젤과 그레텔' '라푼첼' '개구리 왕자' 등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동화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대상으로 어린이로 한정하고 있는 동화가 아니라 민담이다. 민담은 특정 연령의 독자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원래 그림 형제의 이야기는 작가를 알 수 없이 전해 내려오는 민간전승의 옛날이야기를 수집하여 다듬어 낸 것이다.

이들 이야기가 실려 있는 책은 그림 형제가 독일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담'민요'전설 등을 수집하여 엮고, 문학적 감수성을 더한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다. 이 책이 2012년 12월 20일 초판 출간 200주년을 맞았다. 이날 구글은 여러 작가들이 그린 그림 형제의 이야기 삽화를 로고로 장식하며 200주년을 축하하기도 했다. 아동'청소년 문학 평론가이자 번역가인 김경연이 옮겼다. 그래서 제목도 '그림 형제 민담집'이다. 그 아래에 이 책의 원제인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를 달았다.

저자인 그림 형제는 야콥 그림(Jacob Grimm'1785~1863)과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1786~1859)이다. 두 사람은 독일 언어와 문학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언어학자이자 문헌학자이다. 독일의 신화, 전설을 연구한 야콥 그림은 '독일의 신화' 등을 남겼고, 빌헬름 그림은 '독일 영웅 전설'을 비롯한 많은 책을 남겼다. 형제는 13년 동안 민담을 수집한 끝에 1812년에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 1권을 완성했다. 이어 1822년부터 시작해서 1856년에 '주해본'을 별권으로 출간했다. 그림 형제는 초판 출간에 그치지 않고 평생의 작업으로, 끊임없이 수정을 거치며 이야기를 다듬었다.

헌신적으로 이야기꾼을 찾아 민담을 채록하며 '이야기의 뿌리'를 찾고자 노력한 그림 형제의 작업은 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에 모티프를 제공하는 등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놀라운 감동을 주고 있다. 그들이 모아낸 신화와 전설, 아름답고 환상적인 세계는 남녀노소 누구나 읽고 즐길 수 있는 문학의 원형이다. 그래서 그림 형제의 이야기는 '성서' 다음으로 가장 많이 세계에 알려진 책이다. 또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한 이 이야기 모음집은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원천이다.

그러나 그림 형제가 이 책을 출간한 당시에도 "너무 잔인하고 성적인 표현, 폭력성 짙은 장면이 있어 아이들에게 읽힐 수 없다, 어떻게 읽히면 좋겠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을 정도로 요즘 세대로 봐서는 '교육적이지도 어린이 대상 같지도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그림 형제의 책에는 이런 내용들이 자체 검열(?)로 많이 생략돼 있다. 그러나 그림 형제는 이런 질문을 받고는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도 순진하게 들어 넘길 걸세"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내밀한 인간의 욕망이 드러난 이야기의 원형에서 각자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간다는 이유에서였다는 것이다. 잔혹하다든지 아름답다든지 주제에 따라 분류해 놓고 따라가면서 읽는 것이 아니라, 상징과 은유 속에 숨은 '인간'을 바라보면서 '진짜 문학'으로 각자 자신만의 그림 형제 이야기를 만나보면 어떨까. 어린이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면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1만75쪽. 4만5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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