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조심 넘어, 입 봉하는 인수위…지나친 보안 言路봉쇄 비판

"직무 관련 비밀준수" 김용준 위원장 첫 주문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공식적인 함구령'이 내려졌다. 직권을 남용하지 말고 비밀을 누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6일 오후 2시 현판식 직후 열린 전체회의의 첫 지시사항일 정도였다.

인수위 첫 전체회의에서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재직 기간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와 관련해 알게 된 비밀을 대통령직 인수 업무 외에 다른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몇 가지 사항이 준수되지 않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계 법령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외 공보 창구가 대변인으로 일원화하면서 "언로를 너무 심하게 막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날 오후 2시 40분쯤에는 박근혜 당선인 비서실의 이정현 정무팀장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그는 오랜 기간 '박근혜의 입'으로 '대변인격'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이 팀장은 "17년 동안 기자 여러분의 심부름을 하는 게 습관이 됐는데, (팀장이 돼) 외과수술을 해서 이가 없어졌다. 비서는 귀만 열리고 입이 없다고 해서…"라고 말했다. 스스로 입을 닫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어떤 일을 하게 됐는지 묻자 "지금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인수위는 이날 역대 대통령 당선인이 둔 인수위 자문위원제도를 두지 않기로 했다. 인수위원, 전문위원, 실무위원만으로 구성된 것으로 멤버 외 위원을 둬 일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정리하지 않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마치 결정된 듯한 인식이 생기는 게 역대 인수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며 자문위 폐지가 사실상 '보안 유지'에 있다고 밝혔다. 인수위법에는 자문위원을 두도록 하고 있다.

윤 대변인은 현판식 후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워크숍 결과에 대해 "전체적인 인수위 활동의 그림을 그렸을 뿐 기삿거리는 없다. 공개할 만한 영양가(있는 발언)는 없었다"고 기자회견장에서 밝혔다. 취재진이 "영양가가 있고 없고는 언론이 판단할 문제 아닌가"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영양가나 기삿거리가) 있는지 없는지는 대변인이 판단한다. 발표할 게 없으면 기자실에 오지 않겠다"고 답했다. 대변인이 발표하고 언론은 받아쓰면 된다는 식이었다.

인수위가 진행되는 과정이 투명하게 비치지 않으면서 국민의 알권리가 막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 일각에서도 "너무 '입 조심'을 시켜 자칫 작은 일을 크게 그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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