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한 외국 TV에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제안을 한 뒤 그대로 실행을 하면 100달러를 주겠다는 방송을 한 적이 있다. 방송에 나온 대부분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노인 한 명은 거절했다. 진행자가 재차 권유를 했지만 노인은 단호하게 제안을 고사했다. 이유는 은퇴 생활자이기 때문에 100달러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방송을 보면서 은퇴가 저렇게 멋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냉혹하다.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은퇴가 먼 나라 이야기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상담을 하면서 고객들에게 은퇴(만 60세) 후 생각하는 생활비 규모를 물어보면 대부분 월 300만원이라고 대답을 한다. 기대 수명을 85세 정도로 잡아 계산을 하면 은퇴 후 25년 동안 총 9억원의 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해 주면 모두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여기에 물가상승률 3%를 가정하면 21억8천만원을 은퇴자금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이면 많은 고객들이 은퇴 후 생활비를 월 200만원 또는 100만원으로 낮춘다. 하지만 월 생활비 100만원을 가정해도 7억2천만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재차 설명하면 고객들은 그만한 돈을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며 좌절한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사치를 하지 않고 아끼고 또 아껴도 서민들은 은퇴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현실을 인정하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맞벌이 부부는 매월 일정액을 은퇴자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외벌이 부부는 직업이 없는 배우자가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한다. 혼자 벌어서는 은퇴자금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 부족한 은퇴 자금을 충당하는 수단으로 일만한 것이 없다. 다만 은퇴 후 경제활동의 목적은 행복한 노후를 영위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상담 고객들에게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 때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 자문해 보고 은퇴 후 그 일을 하기 위해 꾸준히 준비하라는 말을 잊지 않고 해준다. 미리미리 은퇴자금을 준비하는 것과 더불어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진정한 은퇴 준비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은퇴 후에도 일을 해야만 하는 현실이 서글프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길어진 노후를 할 일 없이 보내는 것보다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일이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지름길이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소득도 올리는 은퇴 후 경제생활은 자녀에게도 도움이 된다. 부모의 은퇴 준비가 미흡하면 결국에는 자녀들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회 3층 보장제(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가 은퇴 준비의 모든 것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 5층 보장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추가된 2층 보장제는 주택연금과 평생직업이다. 이 가운데 평생직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하지 않는 은퇴생활에 대한 기대감은 버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긴 소득으로 부족한 노후자금을 채우며 사는 것이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 자세인 것 같다. 박단화 프라임에셋 더 베스트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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