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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세상] 지구촌 가족이 뭐 별거니껴…문경시 이제룡·이은옥 씨 부부

문경시 산북면 이제룡·이은옥 씨 부부의 아들 이경근·며느리 퀘발라얀 씨 부부의 한국 전통혼례 모습
문경시 산북면 이제룡·이은옥 씨 부부의 아들 이경근·며느리 퀘발라얀 씨 부부의 한국 전통혼례 모습
프랑스인 사위 르네 씨와 딸 이명자 씨 부부
프랑스인 사위 르네 씨와 딸 이명자 씨 부부

문경 산골마을에 지구촌 가족이 있어 화제다. 오빠는 필리핀 여자를 아내로 맞았으며 여동생은 프랑스 남자와 결혼해 이웃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

주인공은 문경시 산북면 전두리 마을의 농업인 후계자 이경근(45) 씨와 여동생 명자(41) 씨다. 경근 씨는 지난 1999년 필리핀 출신의 퀘발라얀 솔레다드알(34) 씨와 결혼해 창희(13)'건희(11) 형제를 낳고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오빠가 필리핀 아내를 얻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허물며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보자 여동생 명자(41) 씨도 인도 여행 중에 만난 프랑스인 르네 드래블래트(42) 씨와 2005년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명자 씨도 아자부(7)'메츠(4) 등 형제를 낳아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살고 있다. 경근'명자 남매의 부모인 이제룡(78)'이은옥(72) 씨는 "한국 며느리와 사위 열 명과도 안 바꿀 정도로 복덩어리들"이라고 자랑했다. 한국어와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퀘발라얀 씨는 지역 사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지역 초등학교의 영어 강사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같은 처지에 있는 외국인 며느리들의 정착도 돕고 있다. 혼자서도 명절 음식을 거뜬히 만들고 송이'능이 버섯도 한국인보다 더 잘 채취할 만큼 한국문화와 자연에 대한 이해와 적응도 빠르다. 늘 밝게 생활하는 퀘발라얀 씨도 남편을 만나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말이 서툴고 음식도 입맛에 맞지 않아 적응이 힘들었다. "수많은 어려움을 모두 운명처럼 받아들였고 양보하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이제는 행복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명자 씨 가족은 오빠 경근 씨의 집 바로 옆에 한옥을 지었다. 목조기술자인 남편 르네 씨가 1년에 3~4개월가량 갖는 휴식기간에 한국에서 머물기 위해 지은 집이다. 어머니 이 씨는 "매년 7~9월이면 우리 집에는 파란 눈을 가진 사위와 외손자들, 필리핀 며느리와 친손자들이 화목한 모습으로 함께 머문다"며 행복해했다.

필리핀 며느리와 프랑스 사위가 둥지를 틀자 마을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젊은이들이 모두 떠나고 적막감이 감돌던 마을은 퀘발라얀 씨가 시집온 이후 필리핀 며느리 3명이 더 들어왔고, 아이들이 뛰어놀며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은 "며느리와 사위가 항상 밝은 얼굴로 공경하는 마음이 참 고와요. 복덩이들이지. 며느리가 어른들한테 잘해서 그런지 프랑스인 사위도 어른들을 잘 알아 모시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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