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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로 짠 스노체인, 폭설에 인기 만점…㈜욱성

신발용 직물을 제조하는 (주)욱성은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직물형 스노 체인을 자체 개발해냈다. 매일신문 DB
신발용 직물을 제조하는 (주)욱성은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직물형 스노 체인을 자체 개발해냈다. 매일신문 DB

이달 8일 오후 경북 성주군 ㈜욱성. 공장 안을 가득 채운 섬유직기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얀 실이 오가면서 만들어낸 직물은 얇은 두께였지만 쿠션을 가진 듯했다. 욱성 관계자는 "거미줄처럼 엮인 구조의 이 직물을 이용하면 자동차용 스노 체인을 만들 수 있다"며 "직물형 스노 체인을 자체적으로 생산, 판매하는 곳은 우리 욱성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올겨울 한파와 함께 잦은 폭설로 스노 체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신발용 직물을 생산한 욱성은 직물형 스노 체인을 개발, 섬유산업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신발에서 스노 체인으로

욱성은 2000년 설립됐을 당시 신발용 직물을 제조했다. 김동은 상무는 "처음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운동화 겉면 소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가면서 욱성의 고객사에서 신축성과 내구성뿐 아니라 통기성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직물을 원하게 되자 회사는 자체적으로 고기능성 직물 생산개발을 시작했다.

김 상무는 "내구성이 좋은 운동화는 결국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운동화 구입 횟수가 줄 것"이라며 "운동화 하나만으로 회사를 꾸려나가기 어렵다는 결론이 났고 다른 분야를 찾던 중 스노 체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욱성은 직물형 스노 체인을 만드는 유명 해외 업체의 제품을 보면서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 2006년 본격적으로 섬유를 이용한 스노 체인 개발을 시작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함께 직물형 스노 체인의 직물 설계 및 개발에 나선 결과 2007년 '3중층 구조의 경편직물로 구성한 타이어체인'을 발명, 특허등록을 마쳤다.

김 상무는 "욱성의 업적은 스노 체인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그동안 수입산 제품에 의존하던 직물형 스노 체인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09년 시제품을 완성한 데 이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직물형 스노 체인 '스노 마스터'를 제작, 판매했다.

◆홈쇼핑 매진 행렬

'스노 마스터'는 선진국에서 선호하고 있는 직물방식을 사용한 스노 체인이다. 무엇보다 해외 직물 스노 체인이 단층구조로 이뤄진 반면 스노 마스터는 3중직 특수구조의 직물을 사용해 내구성이 높다.

회사 측은 스노 마스터가 다른 스노 체인에 비해 제동력과 안전성, 편리성 등에서 우수하다고 했다. 비침수성과 내마모성이 강한 특수구조의 원단을 사용해 타이어와 지면의 마찰력을 증가시켰기 때문에 눈비가 왔을 때에도 제동거리가 짧다. 무엇보다 쇠사슬 및 우레탄 체인에 비해 소음이 적고 차량의 구동축에 무리를 주지 않아 승차감이 좋다.

회사 관계자는 "섬유로 만들었기 때문에 타이어에 장착하거나 빼내기가 쉽고 부피가 작아 휴대 및 보관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스노 마스터는 국내 특허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해외에서도 특허를 획득했거나 출원 중이다. 또 독일인증기관 TUV 인증서를 획득했으며, 2009년 12월에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부터 회사가 개발한 직물조직이 평가결과 우수 판정을 받았다.

이 같은 기술력 덕분에 욱성의 스노 마스터는 지난해 12월 7일부터 이달 1일까지 7차례 진행한 TV홈쇼핑 판매에서 3만 세트가 모두 매진되는 성과를 올렸다.

김 상무는 "해외 제품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이 소비자에게 어필된 것 같다"며 "이제는 우리 제품이 홈쇼핑에서 겨울철 필수 판매 아이템이 됐을 정도다"고 말했다.

욱성은 스노 마스터를 만들어낸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는 슈퍼소재를 이용한 특수목적 차량용 스노 체인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섬개연과 슈퍼소재 기반 기술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기존의 신발용 직물 생산도 계속하는 한편 의료용 직물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 측은 "스노 마스터에 쓰이는 삼중직물을 이용해 병원 입원자들의 욕창 방지용 매트리스를 개발하고 있다"며 "지난해 개발한 시제품을 중국 인터텍스타일 전시회에서 선보이자 현지 바이어들이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시험인증기관 필요

국내 최초로 직물형 스노 체인을 개발한 욱성은 그 경쟁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제품 성능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증해 줄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존 타사제품 및 직물형 스노 체인에 대한 성능기준과 적용 차종은 물론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내구성, 빙판 등판능력 등 관련 규정이 미비한 상태라는 것.

김 상무는 "규정 자체가 없어 우리들이 먼저 조건을 제시했고 KS규정이 만들어졌지만 제품이 규정 조건을 충족하는지를 테스트할 곳이 없다"며 "해외에서 테스트를 받을 경우 한번에 4억원이라는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도 스노 체인의 성능을 확인하고 소비자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욱성은 눈과 비가 내릴 경우 자체적으로 차량에 스노 마스터를 장착한 뒤 시험운행하면서 테스트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뛰어난 성능과 함께 내구성을 정확하게 제시하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테스트한 결과 스노 마스터를 장착하고 300㎞ 이상을 달려도 크게 마모되지 않았다"며 "하루빨리 공인시험인증기관이 생겨 우리 스노 마스터의 우수함을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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