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인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자가 한동안 우리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어 정작 미국에서보다 훨씬 많은 책이 팔렸다고 한다. 왜 그토록 우리 국민들이 그 책에 관하여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그것은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정의'에 대한 갈망과 바른 이해가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정의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얼마나 소홀했었는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소위 서구 선진민주 국가에서는 사회정의에 대한 가치를 일찍 깨닫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하여 오랜기간 투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크게 다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극심한 사회혼란과 찌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사회정의를 말한다는 것은 오히려 사치스러운 일로 치부되었을 것이다. 1960년대부터 빈곤탈피를 위해서 추진한 급속한 경제발전 정책으로 정말 빠른 기간내에 세계가 놀랄만한 성장을 이루어 냈지만 그 역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우선 목적 달성을 위한 과정이 얼마나 옳고 정의로웠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었을 뿐만 아니라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조급한 마음에서 작지만 중요하고, 기본적인 일들을 매우 소홀히 생각해 왔다. 그러나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시대상황은 많이 다르다. 이제 성숙한 민주복지 사회를 지향해 나가는 시점에서 우리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삶의 기본적 자세 3가지에 대하여 말하고 싶다.
첫째, 옳은 것이 좋은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렵고 힘든 지난 시기를 극복해 오는 과정에서 '옳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곧 성과지상주의 행태로 나타났다. 원하는 결과를 얻고 목표한 것을 이루었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슨 일을 하든지 좋은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정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대의에 비추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일을 하다 보면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대충 넘어가는 적당주의(適當主義)와 온정주의(溫情主義)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
둘째, 작은 일이 중요하다
큰 비전과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것을 성취해 가는 과정에서 사소한 일들을 소홀히 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실패한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사기에 '호리불벌 장용부가(豪氂不伐 將用斧柯)'란 말이 있다. 터럭같이 작을 때 베지 않으면 장차는 도끼를 써야 한다는 뜻으로 하찮고 작은 일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남에게 감동을 주는 일도 작고 세심한 배려에서 시작되고 큰 재난의 원인도 사실은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셋째, 기본에 충실하자
일을 하다보면 힘들고 어려운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해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기본으로 돌아가 새롭게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 보면 의외로 쉽게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논어에 '군자무본 본립이도생(君子務本 本立而道生)'이란 말이 있다. 즉 군자는 기본에 힘쓰고, 기본이 서면 도(道)가 생긴다고 한다. 기본을 평가하는 기준으로는 효제(孝悌)를 들고 있다. 효(孝)란 부모님을 잘 섬기고, 제(悌)란 형과 어른을 공경하는 것이다. 오늘날 가정의 붕괴, 청소년 문제, 높은 자살률, 도덕성의 상실 등 사회적 병리 현상들이 기본을 상실한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국민들은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큰 희망과 가슴 벅찬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경제여건과 정치적 이해관계와 불신, 세대간 계층간의 갈등 등 많은 과제들이 난마처럼 얽혀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민이 행복해 하는 진정한 선진 복지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 곳곳에서 옳고 바른 가치, 즉 정의가 강물처럼 도도히 흘러갈 때 가능할 것이다. 또한 급히 해결되어야 할 큰 과제들이 있을지라도 서둘지 말고, 우선 실현가능한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접근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도덕적 번영과 더불어 원칙과 신뢰가 중요시되고 기본이 바로 설 때 국민이 행복해 할 수 있는 건강한 나라가 세워지게 될 것이다.
곽대훈 달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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