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인수한 동아백화점이 사실상 아울렛으로 전락하면서 동성로 등 주변 상권을 잡아먹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대량생산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야시 골목, 수제화 골목 등 동성로에 거미줄처럼 얽힌 개별 상가들의 매출을 흡수하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반월당 동아쇼핑점과 교동 동아본점이 야금야금 아울렛 수준의 중저가 매장으로 구성되면서 동성로 전통 상권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무늬만 백화점, 실제는 잡화점
이랜드그룹은 2010년 5월 동아백화점 유통부문을 인수하면서 매장을 자사 브랜드로 채웠다. 이 과정에서 주요 브랜드가 철수했고 백화점 간판격인 가전과 화장품 매장까지 빠졌다.
가전과 화장품 매장 자리는 양초와 수건, 타월까지 파는 자사 잡화와 제화 브랜드로 채웠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마다 생활가전 매장은 큰 수익이 나지 않지만 '백화점의 고급 이미지'를 살리는 구색용 코너로 반드시 두는 것이 관행이다"고 했다.
여기에 이랜드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패밀리레스토랑인 애슐리와 외식업체 피자몰, 커피전문점 더 카페 등 '메이드인 이랜드'가 동아백화점의 진열대를 접수했다.
동아백화점 쇼핑점의 경우 직영매장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랜드는 자사 브랜드 카페와 베이커리 '뺑드 프랑스'도 식품관에 입점시켰다.
유통 전문가들은 "1972년 개점 이후 유지해 온 동아백화점의 색깔이 완전히 변했고 사실상 이랜드 그룹의 아울렛 매장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매장 리뉴얼과 함께 동아백화점만의 전통도 사라지고 있다. 1984년 개관 이래 한 해 40여 회의 전시회를 열어온 동아쇼핑 내 동아미술관은 지역 미술인들의 반대에도 2011년 8월 끝내 문을 닫았다. 이 자리는 식당가로 바뀌었다.
◆골목상권 잡아먹는 이랜드
동아백화점이 사실상 아울렛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골목상권이 추락하고 있다. 이랜드의 중저가 의류잡화 매장이 백화점에 들어가면서 주위 동성로나 교동 등의 영세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성로는 이랜드그룹의 브랜드가 20여 개 진출해 있는 등 알짜 상권마다 '이랜드 왕국'이 돼 가고 있다.
동성로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심모(31'여) 씨는 "백화점은 보세브랜드와 경쟁상대가 아니었는데 백화점 매장 구성이 중저가대로 변해 어느 순간 타깃층이 비슷해졌다"며 "본점 바로 옆인 교동에서 옷가게를 하던 지인은 장사를 접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청이 향촌동과 대안동에 이르는 300m 구간을 수제화 특화 거리로 조성하려는 사업도 제동이 걸렸다. 동아백화점 본점에서 구두 한 켤레를 단돈 몇만원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게 수제화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수제화 골목은 1990년대 초부터 피혁'수제화 업소가 자연스레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현재 40여 개 수제화 전문 매장이 들어서 있다.
수제화 골목 한 상인은 "대형 아울렛이 도심에 선다면 상인들이 나서 결사반대했겠지만, 이랜드는 동아백화점을 사들인 뒤 조금씩 매장 구성을 아울렛 수준으로 낮춰 상인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말했다.
대구수제화협회 최병열 회장은 "이랜드그룹이 동아백화점을 사실상 아울렛 매장으로 구성하고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주변 보세, 수제화 상가를 무너뜨리고 있다. 소상인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영상뉴스=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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