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24일. 4대강 및 국토 종주 마지막인 금강 종주를 했다. 마지막 종주라서 그런지 마음도 들떠 있었고 발걸음도 가벼웠다.
굽이치며 흐르는 물결이 비단결과 같다 하여 불리는 '금강'. 낙동강, 한강에 이어 남한에서 세 번째 큰 강으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며 수많은 사람의 애환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강이다.
아침부터 무더웠지만 상쾌한 바람이 나를 어느새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로 인도했다. 아직 공사 중인 곳이 많고 세종보 쪽으로는 갈대와 억새 등 습지가 살아 있어 그곳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후 공주산성 쪽으로 달렸다. 공주산성은 볼거리가 많았다. 동행한 언니랑 멋진 추억도 만들었다. 공주산성을 지나 잠시 휴게소에서 빙설을 먹었다. 빙설은 여느 산해진미보다 맛있었고 피로와 더위를 싹 가시게 했다.
다시 출발, 백제보(부여)에 도착했다. 눈앞에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흐르는 백마강이 보였다. 그런데 우연치곤 희한하게 나의 애창곡인 '꿈꾸는 백마강'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발로 박자를 맞추면서 흥얼댔다. 자전거 여행이 이런 재미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렇게 백마강과 삼천궁녀를 생각하면서 강을 따라 달렸다. 그런데 갑자기 승용차가 끼어드는 바람에 그만 도로 옆 하천으로 나뒹굴었다. 자전거와 나는 하늘을 향해 누워 버렸다. 가벼운 찰과상 정도여서 다행이었다. 일어나 올라오니 운전자 아저씨는 그냥 가버리고 없었다. "나쁜 사람 같으니라고…."
겨우 몸을 수습해 다시 달렸다. 어느새 생태공원인 익산성당포구에 도착했다. 이곳은 철새 등 사계절마다 변하는 다양한 생태를 볼 수 있는 곳이며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렇게 자연과 공존한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잘 보전해서 대대로 물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중간 중간 길을 잘못 들어 고생을 좀 했다. 이정표가 영 헷갈리게 되어 있었다. 드디어 종착지에 도착했다. 마침 그곳에서 대구에서 온 학생들을 만났는데, 타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학생들도 너무 좋아했다. 여행이 이런 재미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증센터에서 '4대 강 및 국토종주 완주 442번째'라는 번호를 내 수첩에 찍어주었다. 기뻤다. 너무 기뻐서 만세를 부르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4대강 및 국토 종주를 하면서 나는 1천㎞ 넘게 달렸다. 힘도 들고 때론 무섭기도 했다.
길도 헤맸고, 비도 맞았다. 그러나 힘들고 좋지 않은 것보다 추억거리가 될 만한 것들이 더 많이 떠오른다. 다시금 생각나는 고라니 녀석, 예쁜 뱀들, 음료수를 챙겨주시던 할머니'할아버지, 부자지간 낚시하는 모습 등이 그립다. 너무 덥고, 외로울 때(제일 힘들었던 것 중 하나) 솔직히 포기도 하고 싶었지만 내게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준 가족과 주위 분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행은 그 자체로 즐겁고 행복하지만, 주위 사람을 생각해 보는 계기를 주는 것 같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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