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김광림 여의도연구소장

"새누리당 '싱크탱크'로 재도약…보수꼴통 탈피 이론적 뒷받침"

여의도연구소는 새누리당의 싱크탱크다. 1995년 2월에 새누리당 부설 정책연구소로 출발했으니 올해로 18년이 다 됐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이번 대선에서도 여의도연구소는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진 않았지만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대선과 총선 같은 큰 선거를 앞두고 여의도연구소를 누가 이끄느냐에 따라 정치적 풍향계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지난 총선과 대선 때 여의도연구소장을 맡아 물밑 역할을 해 온 김광림(64) 여의도연구소장이 주목받고 있다.

여의도연구소는 이영희 전 노동부장관이 초대 소장을 맡은 이래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한 윤여준 전 장관,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 박세일'김기춘 전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정두언'주호영 의원, 진수희 전 의원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거쳐 갔다. 대부분 1년을 채우지 못한 단명(短命)에 그쳤지만 현 김광림 소장은 2011년 12월 30일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박근혜 당선인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후 1년을 넘겨 '장수' 연구소장이 됐다. 이는 박 당선인이 묵묵하게 일하는 스타일의 김 소장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북 안동을 지역구로 재선이 된 그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눈여겨봤다는 것이다.

사실 그는 재정경제부 차관 시절에도 2년 3개월간(2003. 3~2005. 5) 차관직을 수행하면서 역대 최장수 재경부 차관이라는 기록을 남긴 적도 있다. 이와 관련, 그는 "저를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임명할 때 (박 당선인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며 "그 후 전당대회를 통해 황우여 대표 체제가 되면서 새누리당의 21개 임명직 당직 중에서 20개를 교체했는데 여의도연구소장은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선이 끝나자 그는 여의도연구소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선거 때 여의도연구소가 ▷정책 생산 ▷여론조사라는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명실상부한 당의 '싱크탱크'로 재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박근혜라는 상품이 있어서 이길 수 있었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진정한 보수, 프랑스대혁명에 기초한 가진 자의 겸손, 극기, 나눔 등을 바탕으로 한 보수의 미덕을 제대로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 꼴통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반성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을 연구소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선 과정에서 여의도연구소의 역할에 대해 되짚어보자.

"잘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해보니까 경륜 있는 사람이 맡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선거가 시작되자 연구소 인력 상당수가 캠프로 가서 역할을 했다. 또 그때그때 이슈에 맞춰 토론회도 개최했는데 가장 먼저 했던 것이 경제민주화 관련 토론회였다. 이슈 선점의 효과가 있었다. 민주통합당보다 더 강하게 진정성을 보여주면서 경제민주화 이슈를 잡았고 나중에 문 전 후보 쪽이 일자리를 내세웠을 때는 '위기에 선 한국경제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경제위기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책적 보완에 나섰다."

-여론조사에서는 한때 문 전 후보가 뒤집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지 않았었나.

"여의도연구소 하면 여론조사다. 시중 여론조사와 달리 우리는 집전화와 모바일을 합쳐 4천 샘플(sample)로 매일 하다시피 했다. 우리 조사결과가 대선과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됐다. 마지막 수치도 맞아떨어졌고 추세도 근접했다. 우리 여론조사의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대선 막판에는 여의도연구소를 빙자한 거짓 여론조사가 나돌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새누리당 의원들도 다른 조사에서는 (박 당선인이) 졌다는데 맞느냐며 노골적으로 우리 여론조사를 폄하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12일 이후 7% 격차가 좁혀지는 추세를 보였지만 한 번도 역전되거나 근접한 적은 없었다. 문 전 후보가 치고 올라왔지만 48~49%를 넘지 못했다. 그게 한계였다."

-그렇다면 향후 여의도연구소의 좌표는 어떻게 설정하려고 하는가.

"개인적으로 이제 보수와 진보로 우리 사회를 구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박 당선인이 보수와 진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며 민생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지 않았는가. 미국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을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 없어졌다. 정책현장에서는 생활공약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이번에 우리가 승리한 것은 치열하게 고민해서 내놓은 3040세대와 수도권을 향한 공약들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 틀 속에서 우리 당이 어떻게 가야 될 것인지를 연구소가 생산해내야 한다.

연구소의 인력풀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다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정당 연구소나 아데나워, 브루킹스, 헤리티지 같은 유수의 연구소들과 제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한다. 또 국내적으로도 여성문제는 여성정책연구원, 노동은 노동연구원 같은 연구기관들과 결합해서 정책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드러났지만 2030세대의 새누리당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여의도연구소 산하에 '청년미래포럼'이라는 조직이 있다. 약 7천500여 명의 회원이 있는데 젊은 세대의 경우 청년 당원으로 모으기에는 좀 거부감이 있다. 포럼을 통해 교육하면서 자연스럽게 당의 주역으로서 성장시키는 방법이 효과를 보고 있다. 미래 대한민국의 주역이 될 젊은 층들과 연구소를 통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있다. 진정한 젊은 보수세력을 양성하고 있는 셈이다. 원래 보수는 청교도적 정신에 바탕하고 있는데 그것이 왜곡되고 덧칠되면서 진정한 면모가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당초 대선 전략을 짜면서 문 전 후보와 안철수 씨 중에서 누가 더 쉬울 것으로 봤나.

"결국 문재인으로 간다고 봤다. 안 씨는 조력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문 전 후보 쪽에 포커스를 맞췄다. 안 씨가 정치 재개에 나서려고 해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민주당은 '지려고 해도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고 하는데 지나치게 단일화에 매몰됐고 처음에는 정권심판을 이야기하다가 박정희를 공격했고 또 나중에는 이명박 대통령으로 타깃을 옮기는 등 왔다갔다 했다. 정략적 합종연횡을 통해 40%까지는 가능하지만 50%를 넘기기는 어렵다. 겉으로 나타난 현상은 1대1 대결구도였지만 우리는 박근혜라는 쪽이 '1'이라면 저쪽은 이정희의 '0.1', 안철수의 '0.2' '0.3' 등 균열이 보이는 '1'이었던 것도 패인이라고 생각한다."

-대구경북에서의 8080(80% 투표율에 80% 득표율)은 예상 밖이었다.

"대구경북에서 8080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누구도 될 거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대구경북이 우쭐해 할 필요는 없다. 위기의식 때문에 뭉쳤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고생을 더 했다. 수도권에서 움직인 사람들에 비하면 대구경북에서는 자기 선거운동 신바람 나게 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재경부 차관 출신이다. 경제부총리는 어떤 분이 맡는 것이 좋은가.

"경제부총리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새 정부의 두 축이다. 경제는 권한을 줘서 맡길 수 있는 인사를 발탁하지 않겠는가. 특히 새 정부 출범 초기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식견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이론적으로 아는 것과 현장감 있는 내공과 경륜을 함께 갖춰야 한다. 공부가 된 관료가 좋겠다. 지금의 기획재정부를 보면 대부분 10%의 직원을 동원해서 일하는 경향이 있다. 30%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장악력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 50%까지 한다면 대성공이다. 장'차관들의 여백을 채워줄 수 있는 직원들을 얼마나 동원할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국회 내에서는 이한구 원내대표와 최경환 의원, 강봉균 민주통합당 의원 등을 꼽을 수 있고 학계에서는 김종인 김광두 등이 거론되는 것 같다. 부처 장악력이 있고 식견과 경륜을 갖추고 지역적으로 탕평이 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청문회를 고려해서 깨끗한 사람이어야 하는데…." 재경부 차관 출신인 김 소장 역시 경제부총리와 경제부처 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서 하는 것 같지는 않다. 평소에 스스로 겪어보고, 지켜보고, 들어보고, 계속 눈여겨보고 있는 인사를 발탁하는 것 같다. 본인이 직접 겪었거나 지켜본 것도 있고 언행이나 이런 것들도 다 보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도 참고하지 않겠나."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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