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착각이 아이를 망친다/한미애 지음/일상이상 펴냄
'여자는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딸로, 또 한 번은 엄마로. 모든 엄마들은 제1의 인생이 어찌 되었든 엄마로서 성공하고 싶어한다. 자식을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것이다.' 엄마들의 착각은 바로 거기,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엄마는 선생님으로 변한다. 아이를 옆에 앉혀 가르치고, 책을 읽게 하고, 쉬는 시간을 줄인다. 영재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과학영재, 음악 영재, 문학영재반에도 기웃거리고, 피아노에 소질이 있다는 선생님 말씀에 콩쿠르를 위한 스파르타식 교육도 시킨다. 아이는 마지못해 따르지만, 점점 부담스러워하고 결국에는 좋아하던 과목마저 싫어하게 된다. 엄마의 조급증과 욕심이 아이를 공부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공부와 점점 멀어지는 아이에게 엄마는 '공부 안 하면 인간쓰레기가 된다'며 다그쳐 깊은 상처를 입힌다.
지은이 한미애는 "자식이 원하는 길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부모 역할"이라고 말한다. 아이의 진정한 성공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하면서 즐겁고 보람있게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기교육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의문부호를 단다. 엄마들은 흔히 아이를 위해 남보다 서둘러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엄마의 자기 위안을 위해서는 아닌지 짚어보라는 것이다. 그녀는 조기교육이 아니라 적기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외국어는 몸과 체험으로 익히도록 해야지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언어는 놀이와 체험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는 선에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과도하게 숙제를 부과하거나 장시간 외우고 익히게 하는 것은 스트레스가 될 뿐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독일 유학경험을 예로 들며, 아이들에게 용돈을 풍족히 주지 말 것과 학생 신분에 걸맞은 옷과 신발, 가방을 사줄 것을 권유한다. 지나치게 비싼 가방을 들고 옷을 입는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수입과 어울리지 않는 치장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좋은 것을 못 사주는 것을 안타까워하기보다, 사치를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아이로 기르는 것을 안타까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들은 자식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면 화를 낸다. 시작한 공부나 일을 끝맺지 않고 '진행 중'인 상태로 두는 것을 못 봐주는 것이다. 지은이는 자식을 창의적인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생각할 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초조감은 창의력을 갉아먹는다. 특히 엄마와 자식의 관계는 종속적인 관계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식을 인격체로 존중하며 역량을 인정해주라는 것이다. 숨 막히는 규칙을 정해 아이의 창의성을 억압하지 말고 아이의 작업과 작업속도에 가치를 부여하라는 것이다.
학교 교사이기도 한 지은이는 '중학생 시기는 자존심이 싹트는 시기'라고 정의한다. 엄마가 내 아이에게 바라는 직업과 내 아이가 바라는 직업은 다를 수 있다. 또 자라는 동안 희망직업이 자주 변하기도 한다. 엄마가 원하는 분야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나무라지 말라는 것이다. 나무란다고 뜻대로 되지도 않고, 설령 뜻대로 된다고 해도 아이의 인생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지은이는 '꿈이 있는 아이는 지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꿈을 향해 제 길을 가는 아이는 빗나가지도 않는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의 꿈을 인정하지 않으면 갈등이 불거지고, 아이는 길을 잃고 만다. 길 잃은 아이는 지치고, 지친 아이는 주저앉아버리기 십상이다. 자식을 꾸짖어서 '엄마의 길' 안으로 몰아넣는 것은 좋은 교육방식이 아니다. 칭찬으로 자식의 길을 밝혀주는 것이 좋은 교육방식이다.
책은 '영재는 스스로 배운다. 영재들에게는 적절한 자극과 계속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할 뿐이다. 선생님이 영재를 가르치려고 한다는 것은 그들이 아이를 영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며 '자기 자식을 영재라고 믿으면서도 더 가르치고 싶어 한다면 이미 자식이 영재가 아님을 부모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고 맺는다. 278쪽, 1만3천8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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