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경찰청장에 대한 임기를 보장해 주겠다고 약속했고, 취임 이후 상당 기간까지만 해도 이 공약은 지켜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 15일 외청장 인사 때 전격적으로 교체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항간에 떠도는 인사의 뒷얘기가 재미있다. 요즘 시중에 가장 화젯거리인 강원도 건설업자 별장에서 발생한 성 접대 의혹 사건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카톡 등에선 연일 이 사건과 관련된 인사들의 실명이 퍼 날라지자 경찰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확산을 경고하고 나선 바로 그 사건이다.
박 대통령은 정권 초기에 중수부 폐지 등 검찰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법무장관, 검찰총장과 함께 이를 실현할 적임자로 김학의 대전고검장을 법무차관으로 임명하려 했다. 이때 민정팀에 김 고검장에 대한 첩보가 들어왔다. 그가 건설업자의 별장에서 성 접대를 받았다는 것. 청와대는 경찰에 첩보의 진위 여부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다.(이 부분은 청와대의 입장이며, 경찰 일각에선 실무진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설도 있음)
대통령은 경찰이 '내사 사실이 없다'고 보고해온 데다 김 고검장 본인이 관련설을 강력히 부인해 차관 임명을 강행했는데 이게 부실 인사 검증의 대표적 사례로 떠오르자 대로해 전격적으로 경찰청장 교체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바뀌기 직전 경찰청장은 수명 연장에 최선을 다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 수성경찰서장에 대한 인사 조치. 그는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경찰서장이 지역방위협의회 회원들과 주말에 골프 라운딩을 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즉각 대기 발령을 내렸다. 경찰서장이 '관할 지역 바로 옆에서' '주말에' '자비로' '법정 단체 회원들과 오래전에 예정된 라운딩을 한 것'이 그렇게 중죄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징계를 강행했다. 대통령이 북핵 위기 상황에서 공직자 복무 기강을 철저히 해달라고 주문한 때에 경찰서장이 근무지를 이탈해 골프를 쳤다는 것이 징계 사유였다. 비상 근무령이 발동된 것도 아니고, 근무 시간도 아니어서 평상시 같으면 경징계에 그칠 사안이었다. 경찰 수장은 과감하게 부하를 내치면서 정권에 충성한다는 사인을 보냈지만, 성 접대 사건은 경찰청장의 뒤를 봐줄 정도로 미미한 사안이 아니었다.
신의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이 끝까지 지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공약마저 파기시켜 버릴 정도로 파괴력이 큰 고위층 성 접대 사건 진실 공방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통상 성 접대 사건은 옐로페이퍼에 걸맞은 뉴스거리이지만 이번 건의 경우 입으로 전해지는 사회 지도층 인사, 그것도 사실이라면 한국 사회 전체를 뒤흔들 만한 고위급만 십여 명이 넘는데다 사전 검증 절차를 둘러싼 청와대와 경찰의 진실 공방, 검찰과 경찰의 표적 수사설까지 얽히면서 세인들의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다.
사건의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청와대의 기대를 한몸에 안고 의기양양하게 등장했던 김 전 차관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난 데 이어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몸이 됐다. 성 접대의 대가성이 인정될 경우 뇌물죄로 처벌될 수 있다. 항간에 알려진 대로 상대 여자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알았다면 강간죄마저 성립된다. 대가성이 없다면 형사처벌이야 어렵겠지만 망신살은 어찌 할 것인가.
그가 성 접대를 받은 사실이 없기를 국민들은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고위 검찰 간부가 그런 처신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믿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면 파장은 만만찮을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인사 중에는 (사실이라면) 할복자살하겠다고까지 한 사람도 있지만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입증된다면 국민들의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불신은 고스란히 정권 불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소시민들의 범죄는 기껏해야 주위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이지만 공직자, 그것도 국민들의 생살여탈권을 쥔 자들이 저지르는 화이트칼라 범죄는 다수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그들이 공공의 적이다.
세칭 일류 대학 나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직장에 다니면서 기껏 한다는 짓이 업자들의 뇌물 받아 치부하고, 그것도 모자라 섹스 파티를 벌였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그동안 자식 농사 잘 지었다고 지인들에게 술잔깨나 돌렸을 그들의 부모들 얼굴이 아른거린다. 잘난 가장 뒀다고 어깨 펴고 살았을 가족들은 앞으로 어이 살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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