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지난해부터 열차 요금 할인제도를 대폭 바꾸면서 KTX 승객 사이에서 불만 목소리가 높다. 코레일 측은 "일부 회원들에게 집중된 할인 혜택을 골고루 나눠주겠다"는 의도로 제도를 개편했지만 열차를 자주 이용하는 이들은 "오히려 할인 혜택이 줄었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내고 있다. KTX 할인제도는 어떻게 바뀌었고, 승객들의 생각은 어떤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KTX, 비싸요"
대구에 사는 직장인 서모(27'여) 씨는 최근 비싼 KTX 요금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서울에서 대구로 근무지가 바뀌면서 서울에 사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한 달에 세 번 정도 KTX를 타기 때문. 서울에서 동대구까지 주말(금'토'일요일) 일반실 요금은 편도로 4만2천500원. 왕복 8만5천원이다. 매달 월급에서 KTX 요금으로만 25만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가 'KTX 적금'이라고 부르는 형편이다.
서 씨는 지난해까지 비즈니스카드로 최대 30% 요금 할인을 받았지만 이젠 부담이 늘었다. 이 카드는 직장인들이 6개월에 8만원, 1년에 15만원을 내면 15~30%까지 열차 운임을 할인받는 제도였다. "역에 비즈니스 카드 사러 갔더니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주말에 서울 가는 것도 피곤한데 돈 아끼자고 왕복 8시간 고속버스를 탈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KTX를 타는데 서울 한 번 갔다 오면 지갑이 텅 비어요."
코레일이 새 할인제도로 내놓은 '파격가 할인'도 그에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승차율이 낮은 KTX 티켓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으로 예약하면 30~5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제도다. 서 씨는 "서울~동대구 KTX는 평균 한 달 전에 예약해야 50% 할인된 요금으로 원하는 티켓을 살 수 있어요. 휴무 날짜가 일정하지 않은 유통업의 특성상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들어요"라고 했다. "얼마 전 남자친구 생일이라서 한 달 전에 50% 할인 티켓을 샀어요. 그런데 그날 갑자기 회식이 잡혀서 이 표를 취소한 뒤 제값을 다 주고 표를 다시 샀거든요. 한 달 전에 예약하니까 스케줄이 변경되면 취소하고 다시 표 끊는 경우가 부지기수예요. 정해진 요일에 서울에 출장 가는 사람들한테는 유용할지 몰라도 저한테는 있으나 마나예요."
◆싹 바뀐 할인제도, 어떻게 달라졌나?
지난해까지 존재했던 할인카드는 총 세 개. 만 25세 이하 이용자를 위한 청소년카드, 직장인을 위한 비즈니스카드,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로카드다. 3만~15만원을 주고 카드를 구입하면 최대 30%까지 KTX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코레일은 지난해 5월 할인카드 신규 발매를 중지했다.
대신 '파격가 할인'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파격가 할인은 할인카드 없이도 모든 승객이 승차율이 낮은 열차의 티켓을 최대 50%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평일 이른 시간이나 심야 시간대처럼 승객이 적은 열차일수록 할인 티켓이 많이 풀리고 구하기도 쉽다. 하지만 서울과 동대구, 부산을 잇는 경부선의 경우 할인율도 낮을뿐더러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할인 티켓을 구할 수 있을 만큼 '표 구하기 전쟁'이 치열하다.
업체 할인도 변경됐다. 75인 이상 법인에 한해 10~30% 열차 운임을 깎아줬던 업체 할인은 '모든 법인'으로 확대하는 대신 할인율을 10%로 낮췄다.
또 4명이 마주 보고 타면 운임의 37.5%를 할인받던 동반석 제도도 사라졌다. 대신 이름이 가족석으로 바뀌며 '가족愛(애)카드'를 발급받은 가족들끼리 40% 할인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역 창구에 가서 연회비 4만6천원과 가족관계증명서나 건강보험증 등을 제출한 뒤 이 카드를 발급받아야 할인이 된다. 일반인들은 탑승일 2일 전에 표를 예매해 15% 싼 가격에 가족석을 탈 수 있다. 특히 온라인 'KTX 카풀' 등에서 할인된 동반석을 이용하던 이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학생 박준영(27'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취업 시즌에는 주로 친구들과 동반석을 끊어 서울에 갔다. 이번 달부터 본격적인 취업 시즌이라 인'적성이나 면접을 보러 서울 가는 일이 잦은데 가족석을 예매해도 편도에 각자 3만6천원(주말 요금) 정도를 내야 하니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동반석 이용자를 가족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 멤버십 제도도 오는 7월부터 대폭 개편될 예정이다. 이용 금액의 5%가 포인트로 적립됐던 현 제도가 사라지고 이용 실적에 따라 10~30%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또 지금까지 가입비 1만원을 낸 유료 회원(루비 이상)과 무료 회원(골드)으로 구분된 회원 제도가 앞으로는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 코레일 측은 "현재 코레일 회원은 700만 명으로 무료 회원인 골드는 포인트 누적이 안 돼 전체 회원 중 300만 명 정도만 포인트 적립 혜택을 받고 있다. 쿠폰 제공 방식으로 바꾼다면 할인 혜택을 전 회원이 받을 수 있으며, 고객 확보 측면에서도 열차 티켓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강력한 유인책이 되기 때문에 제도를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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