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수능 국어에는 듣기 평가가 빠지고 '화법'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시험에 출제가 된다. 대학에서 공부하려고 하는 수준의 모국어 화자에게 외국어 듣기 시험과 비슷한 문제로 평가한다는 것이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롭게 들어간 화법은 우리가 실제 사용하고 있는 구어를 대상으로 이것이 상황과 맥락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되었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화법을 실제 수업을 해 보면 지극히 상식적임에도 우리가 잘 지키지 못하는 언어 습관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화법의 수많은 내용 중 사람들이 꼭 의식해야 하는 것은 공손성의 원리 중 '동의의 격률'이라는 것이다. 동의의 격률이란 말을 할 때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의 의견 사이의 차이점은 최소화하고 일치점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격률이라고 할 필요도 없이 상식적인 것이고, 말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아들의 성적이 떨어지자 아내가 학원을 한 군데 더 보내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을 때, 남편이 "뭐, 지금까지 들인 돈이 얼만데, 또 학원에 보내?"라고 하면 아내는 기분이 나빠진다. 거기다 덧붙여 "머리는 누구를 닮아서 저 모양이야."라고 한다면 그것은 전쟁의 서막이 되는 것이다. 친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K팝스타 봤니? 방예담 정말 잘하더라."라고 이야기했는데, "뭐가 잘한다는 거야? 가사 전달 안 되고 듣기 불편하던데." 이런 반응을 들으면 기분이 슬며시 나빠지고, 반박을 하고 싶어진다. 이를 보면 의견의 차이점이 많지 않고, 있어도 드러내지 않는 친구를 '막역지우'(莫逆之友)라고 하여 친한 친구를 표현하는 말 중의 하나로 사용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동의의 격률을 연습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의식적으로 '~구나'를 사용하는 것이다. '~구나'는 '화자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주목함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 흔히 감탄의 뜻이 수반된다.'고 사전에 나와 있다. 사전에 없지만 '~구나'에 담겨 있는 가장 중요한 전제는 상대의 말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위의 예에서 '~구나'를 사용해서 "당신은 애가 학원을 덜 다녀서 성적이 안 나온다고 생각하는구나.", "너는 공기 반 소리 반, 두성이 열린 소리를 좋아하는구나."라고 답을 한다면, 비록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 할지라도 기분이 나쁠 일은 없을 것이다.
흔히 친구 사이에는 정치와 종교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 두 주제에서 차이가 있을 때는 상대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한 번 "그렇구나"라고 먼저 말을 해 보라. 아마 마음이 조금 너그러워져서 별것 아닌 것으로 왜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고 불쾌하게 생각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민송기<능인고 교사 chamt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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