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성환 교수의 세상보기] 한반도 위기를 보는 두 가지 시선

일시적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하나, 지금 한반도에는 도상(圖上)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북한은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전시 상황을 선포했다. 개성공단도 폐쇄했다. 미국은 최신예 전략폭격기 B-2와 B-52를 출격시켰다. 일본은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해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요격 태세를 갖추고, 한반도 병참기지론을 제기하고 있다. 외신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보도한다.

최근 한반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상반된 두 가지의 견해가 대두되었다. 제레미 수리 교수(텍사스대)는 "더 늦기 전에 북한을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뉴욕타임스 4월 12일). 북한의 위협을 방치하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막을 수 없으며, 이란 등도 북한의 선례를 따를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중국을 위협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이 남한을 보복 공격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북한 핵 시설에 대한 폭격 구상은 1994년 클린턴정부 때도 있었다. 게리 럭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의 보고에 의하면, 북한이 전면전으로 대응할 경우 하루 만에 군인 20만 명을 포함해 수도권에서만 150만여 명의 사상자가 생기고, 일주일 안에 미군과 남북한 병력 100만 명과 민간인 50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이 보고서를 기초로 미국의 반핵 환경단체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는 2차 세계대전 때 히로시마에 떨어진 리틀보이급(15㏏) 핵폭탄이 서울의 지표면에서 폭발할 경우 직접적인 사망자만 125만 명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전쟁이 일어나면 한반도는 초토화된다.

뤼디거 프랑크 교수(오스트리아 빈대학)는 지금이 남북 협력을 위한 최적기라는 정반대의 주장을 한다(아시아퍼시픽 저널 4월 8일). 지금까지 실시된 북한에 대한 제재가 핵 개발을 막지 못했고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지도 못했다는 현실론에 입각해서 남북의 협력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북한이 핵 억지력으로 체제 안정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정치 및 안보 비용이 줄어들고, 과감한 경제개혁을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김정은은 경제개혁을 거부한 구 소련의 몰락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개혁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핵보유국이라는 자신감으로 북한 지도층은 경제개혁의 위험 요소들을 더 낮게 평가하고 개방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이다. 북한 핵보유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역이용하자는 발상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북 정책도 크게 보면 대결과 화해라는 두 가지의 방향에서 진자운동을 했다. 기본적으로 김대중'노무현정부는 후자, 그 외 정부는 전자의 입장에 서 있었다. 결과적으로 어느 정권도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건설과 천안함 피격 사건에서 보듯이, 전자보다는 후자의 경우가 남북한 관계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현재 한국은 이 두 가지 방향의 기로(岐路)에서 치킨게임처럼 전개되고 있는 극한 대결 국면을 해소하고 전쟁을 막아야 하는 당위에 직면해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전쟁은 과실보다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극단적 긴장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사고가 전쟁으로 비화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소통이 필요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인도, 파키스탄 등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비핵화 정책에 매달려 지루하게 긴장을 지속하기보다는 미국의 핵우산을 방패로 대화를 통해 북한 핵을 관리해 나가는 것도 선택지에 포함시켜 신중히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다.

북한과의 소통에 대한 반론도 있다. 긴장 고조→대화→보상 요구라는 북한의 노림수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천 냥 빚도 말로 갚을 수 있다는 속담처럼, 우선은 소통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개성공단의 문을 여는 것이 시급하다. 비핵화도 대화를 통한 해결밖에 없다.

계명대 교수·국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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