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인사가 포항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농담을 들려줬는데 모두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앞·뒷말을 다 자르고 요지만 말하면 '포스코의 윤리경영이 포항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진실과는 거리가 먼, 턱도 없는 얘기다. 윤리경영의 내용 가운데 임직원들이 업자들에게 얻어먹지 말고, 고급 음식점·술집 출입을 금지하는 것을 빗댄 농담이다. 요즘 시대에서는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한 규정이고, 널리 칭송받아 마땅한 경영 방식이다. 아마 호사가들이 고급 음식점·술집이 문 닫고 옷가게, 미장원 같은 연관 업소마저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는 동정심에서 지어낸 농담일 것이다. 몇 년 전 같았으면 '그깟 업소들이야' 하며 실없는 소리로 흘려들을 수 있는 농지거리일 뿐이지만, 요즘처럼 너무나 힘든 포항의 경제 사정을 보면 그렇게 가볍게 들을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서민 생활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일 것이다.
IMF 때에도 너끈히 견뎌온 포항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포스코의 굴뚝이 영원히 연기를 뿜어낼 것 같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될지 미래는 불확실하기만 하다. 포스코의 흑자 폭이 줄어들고 직원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니 연관 산업은 물론 서비스 산업도 계속 위축되고 있다. 엔저 현상으로 철강 산업의 수출길마저 조금씩 막히고 있다는 우울한 뉴스만 계속 들려오니 한숨만 쌓이고 있다. 경제 주체 모두가 '예전 같은 호황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며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포항시, 포항상의 등 포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기관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행동으로는 나서지 않고 있다. 포항시는 여성 및 청년 일자리 창출, 외자기업 유치처럼 구호만 가득한 정책이나 제시하고 있을 뿐, 현재까지 구체적인 성과나 실적은 거의 없다. 시민들에게 실현 가능한 비전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또 철강 산업에서 첨단 산업으로 포항 경제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말만 할 뿐, 그다지 노력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포항상의도 큰 고민을 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경제 문제에 관해서는 포항시나 포항상의가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곧바로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가만히 있어서는 곤란하다. 모든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어려워하는 이때, 포항시나 포항상의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서민들의 등을 토닥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냥 빈둥빈둥 세월만 보내다가 위기를 맞게 되면 그만큼 억울한 것이 없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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