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너무나 작다'며 지레 몸을 숨기거나, 맘을 닫아 두지는 말자. 보여주지도 않은, 혹은 저도 잘 모르는 마음을 저 먼저 알아주고 챙겨주기를 바라기란, 참 아득한 일이다. 상대방의 무표정한 침묵 앞에서 문득 당황하고 한없이 막막하였던, 지난날 당신의 어느 순간처럼 말이다.
'송 포 유'(A Song for You, 2012)는 무척이나 낯익은 사랑 이야기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무한 사랑의 미소 천사 할멈과 혼자 남아 살아가기란 당최 갑갑해 보이는 외골수 심술쟁이 영감님. 죽음의 그림자가 시시각각으로 다가올수록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이 축복이고, 아침이면 다시 맞이하는 온갖 사소한 풍경들마다 눈물겨운 기적의 연속이다. 그래서 자꾸 웃고, 또 열심히 웃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 누가 대신 죽어줄 수 없듯이, 누구라도 대신 살아줄 도리도 없다는 걸. 한평생 속마음을 숨기고 살다 보니, 이젠 언제, 어디에다 두었는지조차 기억 못 하는 영감, 가까스로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조그만 창문이 돼주었던 나마저 가버리면 어떡하나? 다가올 죽음보다 남은 그의 삶이 더 아득하고 아프다.
'당신은 그 모든 꿈을 잃어버리고, 당신 안의 어둠이 당신을 작게 느껴지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는 당신 안에서 빛나는 진짜 색깔을 볼 수가 있어요. 나는 당신의 진정한 색깔을 보고, 그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예요. 그러니 당신의 진정한 색깔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당신의 진정한 색깔을, 미소를 보여주세요.'('진짜 색깔, True Colors' 중에서)
그녀의 마지막 애절한 연가이자, 절절한 유언이다. 나보다 먼저 내 마음을 알아주고, 살갑게 일러주던 그녀가 떠나간 세상에서 홀로서기란 역시 만만치 않다. 일껏 다가서려는 마음과 달리 몸은 쭈뼛쭈뼛 자꾸만 겉돌기 일쑤다. 애써 두드려보지만, 이젠 너무 늦었다며 닫아버린 아들의 현관문을 뒤돌아 나오는 길은 참 멀기도 하다. 아직도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아내의 애틋한 눈길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숨을 고른다. 축 처진 어깨를 곧추세우고 거칠한 입술을 축이고서, 단 한 번이라도 내 마음을 담은 노래로 답해 보자. 이윽고 진정한 나의 빛깔로 꽃다운 세상으로 나아가리라.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조동화의 '나 하나 꽃 피어' 중에서) 우두커니 꽃 피는 봄날만 기다리랴. 나 먼저 열심히 꽃 피우노라면, 어느새 봄은 함께 와있단다. 옳거니, 그렇다!
송광익<늘푸른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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