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무원 '슈퍼 甲' 민간보다 더 치사

법인 카드에 골프 접대 관광여행·술접대 예사로…룸살롱서 여행권 등 받아

최근 '라면 상무' '제빵 회장' '남양유업 사태' 등으로 회사 간 '갑을(甲乙) 관계'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공무원판 '갑(甲)의 횡포'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공직자 행동강령 사례집 2013'에 따르면 공복(公僕)으로서 응당 국민에 봉사해야 할 공무원이 되레 '갑'으로 군림하며 횡포를 부리는 일이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부패신고센터를 통해 접수'처리된 사건을 선별해 공직자들이 공무수행 중 위반하기 쉬운 행동강령의 실제 사례 130개 등을 수록했다.

권익위의 조사에 따르면 공직자들의 '슈퍼 갑' 수법은 다양하고 교묘했다. 한 중앙행정기관 부이사관은 25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산하 재단법인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수백만원을 사적으로 쓰면서 수시로 골프 접대도 받았다. 모 광역자치단체 간부는 '해외 선진사례 연구'를 핑계로 민간 업체에 동남아 관광여행에 술 접대까지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기초자치단체에서 광고물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A씨는 불법광고물 철거업체 직원으로부터 동료 공무원과 함께 룸살롱에서 술접대를 받았다가 꼬리를 밟혔다. 권익위 조사결과, A씨는 이 업체로부터 100만원 상당의 일본 패키지 여행권과 현금 30만원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광역자치단체의 계약직 공무원 B씨도 글로벌 패션브랜드 육성사업을 맡아 특정 업체를 산하기관에 소개해준 대가로 자신과 상사의 해외여행비 640여만원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직무 관련업체에 경조사를 알려 경조금을 챙긴 사례도 적잖았다. 지방의 한 구청 건축과장 C씨는 자신의 장인상을 시 건축사협회에 팩스로 알렸고, 협회는 회원사로부터 걷은 조의금 42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행정기관장 D씨도 역내 업체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딸의 결혼식을 알리고 미리 준비한 청첩장을 전달해 30여 개 업체로부터 700만원의 축의금을 챙겼다. 심지어 D씨는 청사 현관 출입구에 딸의 결혼식 안내문도 한동안 게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딸의 결혼식 청첩장을 돌린 것도 모자라 불참한 업체에도 알려 달라고 한 몰염치한 기관장도 있었다. 직원 체육대회를 열면서 업무 관련 업체에 경품 협찬을 요구하는 등의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건수는 2006년 678건, 2007년 679건, 2008년 764건, 2009년 1천89건, 2010년 1천436건, 2011년 1천506건, 2012년 1천836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 관계자는 "공무수행 중 직면하는 다양한 이해충돌 상황에서 스스로 부패행위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공직자 행동강령'을 적극 준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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