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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동락] 청도 공암풍벽·자계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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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 맞으며 운문댐 따라 달려가 만난 작은 감동

복사꽃 필 때 한번 더 가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청도 여행은 복사꽃이 다 지도록 가지 못했다. 그래서 온 세상이 푸른 어느 날, 청도로 자전거여행을 떠났다.

운문댐을 따라 달리는 길에는 시원한 강바람이 함께했다. 더위가 싹 가실 정도로 시원했다. 운문호는 마치 호수 같은 느낌도 들고 바다 같은 느낌도 주었다. 이번 여행은 청도군 운문면 공암리에 위치한 공암풍벽과 청도군 이서면에 위치한 자계서원이다.

경주(산내)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공암리라는 작은 마을로 향했다. 오토바이로 달리는 사람이 많이 보였다. 자전거보다 빨랐다. 그러나 오토바이보다 느리기는 하지만 자전거로 하는 여행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공암풍벽'은 청도 8경 중 하나. 공암풍벽은 높이 300m의 반월형 절벽으로, 봄에는 진달래, 여름에는 용문천에 맑은 물이 휘돌아가고 가을이면 오색단풍이 전체의 벽을 이룬다. 공암풍벽 사이에는 용이 살았다는 용혈과 학이 떼 지어 놀았다는 학소대의 자취가 남아 있다. 그날은 배를 태워주는 분이 없어 강을 건널 수가 없어 보지 못했다. 지금은 공암풍벽의 일부가 수몰돼 바람이 잔잔한 날에는 호수와 함께 물 위에 비치는 멋진 절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접근하지 못해 사진을 가까이서 제대로 못 찍어 아쉬웠다. 그렇게 호숫가에 앉아 한참 동안 절경을 감상했다.

갈 길이 멀어 다시 페달을 밟았다. 몇 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청도군 이서면 서원리에 위치한 '자계서원'. 경북유형문화재 제83호로 지정된 자계서원은 조선 초기 문신이며 학자인 김일손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서원이다. '자계'는 연산군 4년에 무오사화로 김일손이 화를 입자 서원 앞을 흐르는 냇물이 3일 동안 붉게 변한 데서 유래하여 서원 이름을 자계서원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으나 1615년 중건되어 김대유와 김극일을 추가로 배향했다. 1661년 자계서원으로 사액되었다. 자계서원에는 경북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영귀루와 동'서재가 있고, 전사청(제사를 준비하는 곳), 외삼문 등이 있다. 모두 화려하면서도 아름답고, 그리고 품위가 있었다.

수백 년 된 은행나무와 비각도 있었고 '연려실기술' 등 수십 권의 문집이 소장되어 있었다. 지금도 매년 2월과 8월에는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큼직한 대문이 세워진 정문에는 '유직문'라고 쓰인 현판이 보였다.

비록 작은 마을에 있는 서원이었지만 인상 깊었다. 기품이 있는 서원이었다, 아름답다는 말보다 예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서원이었다. 하나하나 섬세하게 만들어진 서원으로 후손들이 정성껏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도시가 아니라 작은 시골 마을이라 그랬으리라. 자손대대로 잘 보존하길 빌었다.

이번 여행은 장거리여서 조금은 지치고 힘들었다. 하지만 운문호처럼 넓고도 잔잔한 감동을 받은 시간이어서 돌아오는 내내 행복했다. 내년에 복사꽃이 필 때쯤 다시 갈 수 있으려나.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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