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비 22조2천억원 가운데 11조8천억원을 낙동강 사업에 투입했다. 대형 보(洑)를 세우고 강바닥을 준설함으로써 수질이 나아질 것이라 장담했다. 하지만 완공 첫 해인 지난해 여름 낙동강 중·상류까지 녹조가 번창하면서 수질이 오히려 악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올 1월 감사원은 "보 구간 수질관리 기준이 불합리하고 수질예측과 관리 대책 미흡으로 수질 악화가 우려된다"고 감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유난히 기온이 높고 비가 적었다며 3~5년 장기적으로 두고 봐야 수질 개선 효과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올 6월 다시 낙동강 본류와 지류의 일부 구간에서 녹조현상이 확인되면서 수질 악화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구지방환경청과 대구환경운동연합 양측의 의견을 들어봤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녹조가 번창했던 지난해보다 더 이르게 녹조현상이 나타나는 등 낙동강에 보를 설치한 뒤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서 수질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낙동강 중류인 대구에서 6월 초에 발견되는 녹조현상은 지난해 8월 초순 보고되던 것에 비해 두 달 정도나 더 빠르다. 정부는 지난해 이상 고온현상 때문에 녹조가 발생했다지만 올해는 한 여름도 아닌 시기에 녹조현상이 나타났다. 녹조가 창궐하기 위해서는 수온과 영양염류, 기온, 물 흐름의 정체 이 네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낙동강 사업 전과 이후 낙동강의 달라진 환경을 비교해 보면 비점오염원은 총인처리시설이 확충으로 더 많아지지 않았다. 기온과 수온도 큰 차이는 없다. 반면 물의 흐음은 보로 인해 급변했다. 따라서 낙동강 녹조현상과 수질악화의 주범은 초대형 보란 사실임일 알 수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COD 기준으로 76%가 수질 악화돼 현재 낙동강은 3급수 수준으로 떨어졌다. 조류농도의 척도가 되는 클로로필-a도 조류경보제의 발령 기준(15㎎/㎥)을 이미 넘어선 경우가 많다.
-지난해 녹조가 대구시민의 상수원 취수구가 있는 강정고령보 위까지 확대됐다. 심지어 구미시 해평취수장 인근에도 녹조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있다. 남조류 같은 독성물질이 발생했들 때 시민들 식수원에 안전에 문제는 없는가?
▶낙동강 녹조에서 발견되는 남조류에는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대구시민의 식수원인 매곡과 죽곡 정수장이 있는 강정고령보 상류는 물론 구미에서까지 녹조가 확인됐다. 특히 구미의 경우 고도정수시설이 없기 때문에 식수원 안전이 위협 받고 있다.
지난해 10, 11월엔 구미시 낙동강변에서 누치와 강준치, 모래무지, 쏘가리, 붕어 등 죽은 물고기 수천마리가 발견됐다. 물고기들의 산소공급원이던 여울이 존재하지 않아 폐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이 탁해 수생 식물이 광합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산소를 생성하기 힘들게 됐따. 거기다 구미시는 식수원 낙동강에 2025년까지 660억원을 들여 낙동강 둔치에 수변레저 테마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상수원은 사람들의 출입을 차단해야 해 엄격히 보호해야 하지만 관광지로 개발하고 있다. 낙동강 둔치는 장마철이 되면 범람하게 되고, 물이 빠지면 뻘과 각종 쓰레기로 뒤덮히고 있고 낙동강 폐준설선에선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는 등 식수원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증가했다.
-녹조 등 수질악화를 막기 위해 응집제(폴리염화알루미늄)를 분사하는 조류제거시설을 최근 도입했다. 환경당국의 전반적인 수질개선 대책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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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녹조발생에 맞서 '조류제거제' 투입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폴리염화알루미늄'이라는 응집제를 시범적으로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폴리염화알루미늄 화학약품이 맹독성은 아닐 지라도 피부 점막 손상이나, 음용으로 몸속으로 들어갔을 때 장기 점막에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 물질이라는 것이다. 조류제거시설도 넓은 낙동강 전체에 걸쳐 겨우 2곳뿐이어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지 못한다. 녹조의 원인은 보로 인해 강의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인데도 이에 대한 문제 지적 없이 인공 약품으로 녹조를 감추려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본류로 유입되는 지류의 오염도를 줄여야지 본류의 수질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공감하는가?
▶낙동강 사업은 순서가 뒤바뀐 사업이다. 낙동강은 지류의 물을 담는 물그릇일 뿐이다. 지류의 수질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낙동강 사업으로 담수를 늘려도 수질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지류에도 낙동강처럼 많은 보들이 있어 물의 흐름이 정체되면서 부착조류가 강을 뒤덮을 정도로 오염되고 있다. 특히 대구의 젓줄인 금호강의 오염이 심각하다. 과거 산업화시절에 비해 양호해지만 아직도 악취가 나고 오물의 부유 상태가 심각한 곳이 적지 않다. 더구나 조류와 대장균이 득실거리는 금호강의 '썩은' 강물이 낙동강으로 그대로 흘러들어 식수원 낙동강의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 금호강은 2010년부터 2년여 동안 총사업비 1천664억원을 투입해 '금호강 생태하천조성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준설과 자전거도로 정비, 콘크리트 블록으로 제방을 보강하는 것으로 수질향상과 생태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강석재 대구지방환경청 수질총량관리과장 "운영 1년 남짓…보 탓 단정은 무리"
-낙동강에 보를 설치한 뒤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서 수질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구·경북 지역에 위치한 6개보의 설치 전·후 수질을 비교해 보면 악화된 구간도 있고 개선된 구간도 있다. 수질은 강수량 등 기상상황과 관련이 크고 특히 본류 수질은 지류의 오염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보를 운영한 지 1년 남짓 경과한 시점에서 보 설치로 인해 낙동강 본류의 수질이 악화되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보 설치에 따른 수질영향은 향후 중장기적인 연구조사를 통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녹조가 번창했던 지난해보다 더 이르게 녹조현상이 낙동강 본류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현재까지 낙동강에 유입되는 지류 중 일부 지역에서 녹조현상이 확인되었으나, 본류에서는 녹조현상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다만 조류 먹이물질인 질소나 인 등의 영양염류가 있고, 과거보다 체류시간이 증가한 상황에서 앞으로 강우가 없고 고온이 지속될 경우 특정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녹조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에 대구지방환경청은 현장순찰과 수질 모니터링 등을 통해 녹조 발생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녹조가 대구시민의 상수원 취수구가 있는 강정고령보 위까지 확대됐다. 심지어 구미시 해평취수장 인근에도 녹조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있다. 남조류 같은 독성물질이 발생했들 때 시민들 식수원 안전에 대한 대비책은?
▶남조류가 유발하는 독성물질은 일반적인 정수처리과정인 염소소독, 분말활성탄 처리 등을 통해 대부분 제거가 가능하다. 특히 대구지역의 매곡·문산 취·정수장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구미지역의 구미광역 취·정수장은 녹조가 없는 심층수를 취수할 수 있는 2단 취수설비가 구비되어 있어 녹조 발생 시에도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데 문제가 없다. 환경청에서는 낙동강 본류에 위치한 취·정수장의 운영상황를 수시로 점검하고 있으며 향후 녹조가 발생할 경우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수질분석과 정수처리를 강화하는 등 안전한 수돗물 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
-비만 오면 상류에서부터 떠내려 온 각종 쓰레기로 보와 강 주변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인가?
▶예전부터 많은 비가 오고 나면 하천변에 방치되어 있던 영농 및 생활 쓰레기 등이 하류로 떠내려 오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량의 쓰레기가 새로 설치된 보 주변에 모이고 있다. 보 관리기관에서 수시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고, 환경청도 다양한 정화활동을 실시하고는 있으나 쓰레기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천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쓰레기 투기행위가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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