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정원 국정조사, 바로 서는 개혁 계기

국회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하고 27일 본회의에서 보고 절차를 마쳤다. 여야의 갈등으로 진통 끝에 해법이 마련됐지만, 국정조사의 범위와 활동 기간, 증인 채택 등을 놓고 의견이 달라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 불법 사찰 국정조사 때에도 증인 채택 논란이 일어 차질이 빚어졌듯이 이번 국정조사 역시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국기를 뒤흔든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국정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검찰 수사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조작 발표 경위 등 미진한 부분을 더 밝혀내야 한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도 국정조사 합의 이후에 불거진 사안이긴 하나 그대로 넘길 수는 없다.

국정조사에서 새누리당은 수세적 처지에 놓여 있으나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전 정권의 문제에서 비롯돼 현 정권이 연관됐다는 의혹으로 번지고 정통성 시비까지 일 정도로 폭발성이 큰 사안이지만, 국정조사를 제대로 해 관련자를 문책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는 형태로 정리하는 것이 순리이다. 국정조사 방식을 둘러싸고 승강이를 벌이거나 조사 과정에서 정쟁으로 흐르면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민주당 역시 정치적 공세를 가하는 수준에 머물지 말고 국정조사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정원은 대선 개입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도 비하 댓글을 다는 등 정치에 개입한 행태가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국정조사를 계기로 국정원이 정치권력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끊고 바로 서도록 하는 개혁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정치 개입 차단을 위해 국정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활동 범위를 조정하며 인사 방식 개선과 국정원법 개정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현 정국과 관련, 대학생들과 대학교수들의 시국 선언이 잇따르고 국내 시민단체들은 물론 재외동포 시민단체들까지 시국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한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조사를 철저히 하지 못한다면 정치 불안이 야기돼 사회와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회는 여야를 떠나 국정조사에 성실한 자세로 책임 있게 임해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