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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일본의 민도(民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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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독일에도 헌법은 있었다. 현대 헌법의 전범(典範)이라 불리는 바이마르 헌법이다. 하지만 서류상으로 존재할 뿐이었다. 1933년 3월 24일 수권법(授權法)의 독일 의회 통과로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민족과 국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법'이란 기묘한 이름이 붙은 이 법으로 입법권과 헌법 수정 권한이 의회에서 행정부로 넘어갔다. 수권법이 사실상 헌법이 된 것이다.

하지만 히틀러는 바이마르 헌법을 수권법으로 대체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같은 해 2월 28일 독일의사당 방화 사건(나치의 자작극이란 설도 있다) 직후 공포된 '국민과 국가의 보호를 위한 긴급 법령'으로 바이마르 헌법은 이미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내용은 이렇다. "개인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권리를 제한하고, 서한'전신'전화에 대한 감찰, 가택 수색, 재산의 제한이나 몰수가 지금까지 법이 규정해 왔던 한계 너머로 허용된다."

이에 대해 독일인은 침묵과 굴종으로 화답했다. 우파와 중도파가 찬성표를 던지면서 수권법은 찬성 441대 반대 94의 압도적 표차로 의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공화국은 법률적으로도 죽었고 도덕적으로도 죽었다. 같은 해 6월 나치당이 유일한 합법 정당이 되면서 공화국의 관뚜껑에는 마지막 대못이 박혔다. 이렇게 민주주의가 박살나는 데는 5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들고일어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로베르트 무질은 이 서글픈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 모든 것에 반대한다는 인상을 준 이들은, 물론 입 밖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하녀들뿐이었다."('모던타임스Ⅰ' 폴 존슨)

나치 전범을 추적해 온 시몬비젠탈센터가 "나치처럼 소리 없이 개헌하자"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에 대해 "민주주의를 불구로 만드는 수법을 배우자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아소의 발언은 각료가 개헌 수법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나치를 꼽았다는 점에서 '망언 제조기'의 습관성 실언(失言)이라고 그냥 넘길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미국이나 유럽 같으면 정치 생명이 끝장나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완전히 매장당할 수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부총리가 버젓이 이런 망발을 할 수 있는 게 지금 일본의 현실이다. 몸은 성숙했지만 판단력은 마비된 저능아 꼴이다. 일본의 민도(民度)를 가늠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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