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마트·백화점의 '상한 양심'

실온에서 갈치 팔고, 기한 지난 생선 계속 보관…대구 유통업체 8곳 적발

롯데마트 대구점이 냉동 생선을 냉장으로 유통하려던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대구 시내 대형 백화점과 대형마트 식품 매장 등 모두 8곳에서 수산물을 불법 유통하려다 경찰에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먹거리 안전 '빨간불'

대구 중부경찰서는 올 4월 냉장 보관해야 하는 수산물을 실온에 진열'판매한 대구 시내 백화점 2곳과 대형마트 6곳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하고, 해당 지자체에 식품위생법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올 4월 24일 오후 3시 30분쯤 냉장 보관해야 할 갈치 1박스를 냉장 시설이 아닌 실온의 판매대에서 얼음 위에 두꺼운 비닐을 올려둔 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뿐만 아니라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이마트 감삼점과 칠성점, 홈플러스 대구점과 성서점, 농협성서하나로클럽 등도 고등어를 비롯한 2~5개 어종의 냉장'냉동 수산물을 냉장 시설이 아닌 가판대에서 판매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대구 이마트 칠성점은 얼음조차 깔지 않은 채 쇠철판 위에 냉장 고등어 28팩과 냉동 오징어 22팩 등을 올려두고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이마트 칠성점은 새우, 바지락, 꼬막 등 어패류를 고장 난 냉장 시설 위에 올려둔 채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냉장 제품은 실온에서 유통할 수 없으며 반드시 10℃ 이하의 냉장 시설에서 판매해야 한다. 단속에 나선 경찰 관계자는 "일부 업체에서는 20도가 훌쩍 넘는 실온 상태에서 수산물을 팔았고, 냉기가 전해지기 어려울 만큼 두꺼운 비닐로 생선을 아래위로 덮은 채 팔고 있었다. 비닐 위에는 생선에서 나온 핏자국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고 말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냉동 생선을 폐기하지 않고 판매하기 위해 냉장 창고에 보관한 사실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은 4월 3일 입고된 냉동 갈치 1박스(32마리)를 해동한 뒤 판매할 목적으로 같은 달 13일부터 24일까지 냉장 창고에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농협 달성유통센터 역시 4월 18일에 입고된 해동기간이 지난 냉동 고등어 11박스(176마리)를 폐기하지 않고 판매하기 위해 냉장 창고에 보관하다 같은 달 24일 경찰에 적발됐다. 관련법에 따르면 냉동제품은 당일 판매 목적 외에는 해동시켜 냉장으로 유통할 수 없다. 경찰은 "해동 당일 판매하지 못하고 남은 생선은 다시 냉장 창고에 보관해 재냉동했다가 판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적발된 일부 업체 관계자들은 "생선은 얼음 위에 두고 판매해도 괜찮다는 식약청 입장을 확인했다"며 "재냉장해서 판매한 사실은 없고 냉동 제품은 해동하는 데만 2, 3일 걸려 관계법에 따라 당일 기준을 적용하면 판매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보관장소와 관계없이 실온에서 생선을 팔게 되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 증식에 좋은 환경이 형성된다"며 "냉동 제품은 냉동 상태에서 판매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한 번 해동하고 당일 판매하지 못하면 무조건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치 보기 바쁜 행정기관

식품 안전에 비상이 걸렸는데도 해당 지자체는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며 행정처분을 미루는 안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지난달 대상 업체에 불법 유통 사실에 대해 '영업정지 7일'이라는 중징계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행정처분 사전 예고 의견제출서를 보냈다. '영업정지 7일'은 식품위생법이 정한 '보존 및 유통기준 위반'에 대한 처벌 중 가장 높은 수위로, 영업정지 처분이 이행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매출액 손실은 물론 소비자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해당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조사 중인 사안인 만큼 검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행정처분을 유예해 달라"고 주장했고, 모든 지자체가 이를 받아들여 행정처분을 유예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이는 최근 같은 이유로 포항해양경찰서에 적발된 대구 동구 율하동 롯데마트 대구점에 대해 '영업정지 7일'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린 대구 동구청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행정처분 보류가 대형 유통업체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중소 소매업자들이 같은 이유로 경찰에 적발된다면 지자체에서 검찰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주는 관대한 모습을 보일지 의문"이라며 "롯데마트에 대한 행정처분이 과징금으로 약화됐듯 대구시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물렁한 행정을 보여주는 처분"이라고 말했다.

대구 지자체 위생과 관계자들은 "제출한 의견서가 어느 정도 타당하고 논란이 될 부분이 있어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봐주기라는 지적은 얼토당토않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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