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강, 녹조에 죽어가고 있다

국민 검증단 보 현장검사 "폭우에도 안걷힌 녹조 대구취수원 수질 악화\

7일 오전 11시 30분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강정고령보. 환경단체와 학계 전문가, 야당 의원들로 꾸려진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이하 검증단)이 낙동강을 둘러보고 있었다. 전날 기습 폭우가 내렸음에도 강변에는 물살에 밀려온 녹조가 띠를 이루고 있었다. 이미경 민주당 국회의원은 플라스틱 통에 강물을 담아 햇빛에 비춰보았다. 강물은 빛이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뿌옇게 보였다. 좁쌀만 한 녹조 알갱이가 통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 의원은 "지난해 여름 이미 녹조로 홍역을 치렀고 올해는 6월부터 강물이 녹색으로 변했지만 이제야 조류경보를 발령했다"며 "상수원인 낙동강이 심각하게 오염돼 시민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는데도 뒤늦게 정수처리를 해서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증단이 "낙동강이 죽어가고 있다"며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6일 경남 창녕 길곡면 창녕함안보 강둑에서 시작된 4대강 사업 검증은 9일까지 내성천과 영주댐 등 4대강 사업 현장을 점검하게 된다.

검증단은 7일 오전 달성보 인근 하천 제방침식 현장을 시작으로 구미보까지 이동하면서 4대강 사업 이후 급격하게 변한 낙동강의 수질과 강변 생태계 등을 둘러봤다. 이날 검증단으로 참여한 환경단체와 학계 전문가, 야당 의원들은 낙동강이 파헤쳐지면서 황폐화됐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날 대구경북 지역에 내린 폭우에도 걷히지 않은 녹조는 만성화돼 있었다. 검증단은 "녹조는 대구 시민의 취수원인 낙동강의 수질을 악화시키고 나아가 수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했다.

강정고령보와 대구 달성군 하빈면 하신리의 녹색 강을 둘러본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강에 녹조가 생기면서 수심 1~3m 아래로 내려갈수록 급격하게 빛이 차단되고 남조류가 독성 가스를 뿜게 되면서 수질이 떨어졌다"며 "녹조로 공기 중의 산소가 물에 녹아들지 못해 어패류와 무척추동물들이 폐사하는 등 수생태계가 심각하게 교란되고 있다"고 했다.

검증단은 녹조로 물든 강물도 문제지만 버드나무 군락이 말라 죽고 하천제방이 물살에 깎여 나가는 등 강 주변이 낙동강 사업 후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 달성군 하빈면 하신리의 말라 죽은 버드나무 군락, 침식된 자전거도로와 달성보 하류 2㎞ 지점의 제방을 둘러본 이들은 "보 설치로 수위가 높아지면서 물에 잠긴 나무들이 집단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나무뿌리는 산소로 호흡하는데 침수 기간이 길어지면 공기 중의 산소가 토양으로 공급되지 못해 죽게 된다는 것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굽이쳐 흐르는 강을 직선화했지만 스스로 물의 흐름을 복원하려는 강의 관성에 따라 제방침식이 일어나고 있다"며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22억원을 들여 달성보 하류 제방 보강공사를 하고 있지만 침식현상은 반복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사진. 환경단체와 민간전문가, 야당 의원들로 꾸려진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이 7일 오전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를 찾아 현장조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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