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은 아프리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상북도는 2004년부터 아프리카 외에도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의 저개발 국가에도 새마을운동을 보급했다. 대부분 단발성 원조에 그쳤지만 베트남은 달랐다. 새마을운동의 효과를 맛본 베트남 정부는 새마을운동의 추진 방식을 지지부진하던 '새농촌개발사업'에 접목했다. 마을 도로 확장'포장과 관개수로 조성, 전기 공급, 학교 및 문화 인프라 확충, 주거환경 개선 등 19개 목표도 세웠다. 주민 소득을 평균 소득보다 1.6배 높이고 빈곤층을 10% 이하로 감소시키며 주민 95% 이상이 직업을 갖고 의료보건 서비스를 확충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새농촌개발사업의 핵심은 주민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추진한다는 점이다. 새마을운동의 '자조'를 강조한 셈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주민들의 소득이 30% 이상 늘었고 마을 기반 시설이 갖춰졌다. 주민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찼다. 경북도가 뿌린 새마을운동의 씨앗이 꽃을 피우고 있는 셈이다.
◆새마을운동이 이뤄낸 룽반마을의 변화
지난 6월 베트남 타이응우옌성 다이떠군 라방면 룽반마을.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60㎞ 떨어진 이곳은 쌀과 차를 생산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우기가 한창인 탓에 공기는 후끈하고 텁텁했다. 흙먼지가 날리는 도로 주변과 달리 마을 안길은 깔끔한 시멘트길로 포장돼 있었다. 경지 정리도 말끔했고, 수로도 시멘트로 잘 정비돼 있다.
이 마을은 지난 2005년과 2006년 경북도가 새마을시범마을로 조성한 곳이다. 경북도는 마을 안길을 포장하고 농수로를 설치했다. 보건소와 초등학교, 새마을회관도 새로 짓는 등 기반 시설도 구축했다. 2007년과 2008년에는 대학생 새마을해외봉사단이 방문해 한글 교육과 태권도'사물놀이 등 문화교류, 의료 봉사 활동 등도 펼쳤다. 타이응우옌성 지도자와 주민 등 180여 명을 초청해 새마을 연수를 지원하고 현지 실정에 맞는 새마을운동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새마을회관은 과학기술 교육과 문화 교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경북도의 지원은 끝이 났지만 새마을운동은 계속 성장했다. 2005년 이전만 해도 23%에 달하던 마을 주민들의 빈곤율은 2013년 현재 4%로 떨어질 정도로 극적으로 변화했다. 새마을운동 방식을 적용한 베트남 정부의 신농촌개발사업까지 진행되면서 1인당 연소득도 2005년 450달러에서 2013년 1천100달러로 껑충 뛰었다. 주민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생겨났고, 주민 스스로 사유지를 내놓고 비용을 갹출해 마을 인프라를 조성했다.
2009년 한국을 방문해 새마을운동을 배웠다는 응우엔 옥아잉(53) 마을 인민위원장은 "한국에서 배운 새마을운동을 베트남으로 돌아와 적용시키고 있다"며 "정부 지원만 기대했던 주민들이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생활 습관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향후 마을을 차 주산지와 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현지화된 새마을운동으로 승부
떤끄엉면은 타이응우옌성 중심가에서 10㎞가량 떨어져 있다. 16개 마을, 1천400가구가 모여 사는 이곳은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한 차 생산지다. 차 재배 면적이 350㏊에 이르고 차 관련 조합만 10개나 될 정도로 생산량이 많다. 타이응우옌성 지방정부는 2010년부터 이곳에 본격적인 새농촌개발사업을 도입했다. 덕분에 각 마을은 도로와 마을회관, 상수도 등 기반 시설을 갖췄다. 현재 교통 및 문화 인프라 개선과 보건환경 개선 사업이 추진 중이다. 마을 발전의 원동력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비만 오면 진창길로 변하는 길을 포장한 것도 주민들의 힘이었다. 도로 건설 예산 10억4천만동(한화 약 5천400만원) 가운데 35%를 주민들이 부담했고, 주민 60여 명이 공사에 손을 보탰다. 유치원도 새로 단장했다. 지붕을 고치고 놀이터를 설치했다. 급식 조리시설도 개선해 아이들이 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야외에 설치된 전통 화덕에서 요리를 해서 아이들을 먹여야 했다.
정부 지원을 토대로 주 생산물인 녹차 작업장도 개선했다. 정부 대출과 기술 지원을 통해 발전된 차 재배농법과 위생적인 가공 기술을 이식했다. 주민들은 손으로 찻잎을 말리던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 찻잎 말리는 기계를 도입했다. 정부는 묘목과 농경비를 지원하고 주민들이 생산량을 늘리도록 유도했다.
찻잎 재배농인 쩐반탕(44) 씨는 "차 말리는 기계 도입 이후 생산량이 4배 이상 늘었다"며 "주민들 모두 새마을운동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응우옌성은 지금까지 성과를 진단하고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타이응우옌성 정부는 지난 6월 11일 중앙정부와 지방 공무원, 각계 전문가 등 80여 명을 초청해 베트남의 신농촌개발사업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국제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에는 경북도와 경운대, 한국국제협력단(KOICA) 관계자 등도 참석해 베트남 신농촌개발사업의 성과와 계획, 새마을운동의 베트남 적용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호앙 쿠옹 타이응우옌성 신농촌개발사업 담당관은 "아직 주민들의 인식 변화가 늦고 주민들의 경제적 비용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한국에서 농업기술과 농산물 유통 및 가공기술을 전수해 준다면 훨씬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트남 타이응우옌성에서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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