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협 부녀회원이 '명절 알바생'?

마트 선물세트 정리 불려가…농협 "강제성 없는 봉사활동"

"농협 하나로마트에 불려가 일할 생각을 하니 답답해요. 명절에 집에서 해야 할 일도 산더미인데…."

일부 단위 농협이 하나로마트의 판매실적을 올리기 위해 부녀회원들을 파트타임 직원처럼 부린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포항농협은 최근 조합 부녀회원들에게 추석 전 16, 17일 하나로마트에 나와 일을 해달라고 통보했다. 대목을 맞아 추석선물세트를 정리해달라는 게 이유다. 농협의 호출은 수년 전부터 명절 때마다 반복됐다. 부녀회원들은 오전'오후로 조를 나눠 5명씩 일하며 농협에서 마련한 2만~3만원가량의 추석선물을 대가로 받는다. 이 선물은 하나로마트가 조합원을 위해 준비한 것으로, 파트타임 직원 일당을 어차피 줄 선물로 대신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구나 포항농협은 김장철이 되면 하나로마트를 통해 젓갈 등을 대량으로 구입한 뒤 판매를 부녀회원들에게 할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는 않지만, 회원들에게 개인별 판매량을 공개하는 등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다는 것. 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판매에 나서는 회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부녀회원들은 "회원들의 이목과 조합원 가족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마지못해 나가 일을 돕고 있지만 마음은 편치않다"며 "부녀회원들의 노동을 통해 인건비도 줄이고 물건도 많이 팔아보려는 속셈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녀회원은 "봉사개념으로 일하긴 하는데, 명절 앞이라 마음이 편치않다"며 "봉사라면 우리의 노동으로 공적인 이익이 발생해야 하는데, 결국 농협의 이익을 위한 봉사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체 포항농협 관계자는 "부녀회원들이 봉사를 자처하며 스스로 나오는 것이고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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