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 키우기 참 힘들다. 부모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 특히 초'중'고생 아이를 두었다면 밖으로 말 못할 '사연' 한두 가지 없는 집이 없다고 할 정도다. 남들이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골머리를 썩이고 한숨짓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아이 키우기가 럭비공을 다루는 것 같다고들 한다. 어디로 튈지 몰라서다. 성질대로 하자면 매를 들고, 야단도 치고 싶지만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다. 아이가 엇나갔다는 친구 집 이야기가 예사로이 들리지 않는다. 집 밖 예측불허의 환경을 생각하면 아이를 어떻게든 집 울타리 안에 머물게 해야 한다. 집 밖으로 나돌기 시작하면 그때는 걷잡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아이가 하는 대로 가만히 두고 보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차라리 보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부모자식 간에 안 볼 수도 없는 법. 그리고 막상 눈앞에 보면 울화도 치밀고, 한숨도 나고 목소리 톤도 올라간다.
아이가 성질을 내면서 방에 들어가 버리는 건 양반이다.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는 것은 대화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시간을 갖자는 사인이기도 하다. 이것을 곧바로 따라가서 문을 열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 답이 없어진다. 윽박지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난감하다. 이럴 때 최선의 방법은 꾹꾹 참는 것이다. 끓어오르는 화를 가라앉혀야 한다.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서 대화를 해야 한다. 달래야 한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노력이 중요하다.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아이가 꺼내도 그 자리에서 버럭 화를 내어서는 안 된다. 일단 아이가 닫아건 방문을 열고 거실에, 식탁에 나와 앉도록 해야 한다. 현관문을 쾅하고 닫고 집 밖으로 나가버리게 하면 안 된다. 아이의 내면에서 욱하고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마음은 삭이게 하고, 집 울타리 안에 주저앉으려는 마음에 힘을 싣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어려워 보이지만 한 템포를 죽이면 못 할 일도 아니다. 아이의 이야기가 옳아서가 아니다.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아이에게 두 손을 들고 항복을 하는 것도 아니다. 부모가 양보하는 것이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다. 아이가 집 밖으로 나간다면 전적으로 부모 책임이어서다.
세상 이치란 게 시대나 장소가 바뀌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정에서 적용되는 룰이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적용된다. 정치판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은 지 두 달, 정기국회가 공회전 한 지 한 달이 가까워져 온다. 추석 연휴 전인 이달 16일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났지만 헛발질로 끝이 났다. 열기를 식혀도 시원치 않을 판에 회담 다음 날에는 박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서로 '국민적 저항'을 입에 올리면서 한 판 더 붙었다. 이럴 때 고분고분 말 잘 듣고 반발하지 않으면 야당도 아니다.
대통령의 생각이 이렇다면 당장 정국 정상화는 어렵다. 야당 내에서 등원론자와 대화론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져서다. 온건파들의 목소리에는 갈수록 힘이 빠질 게 뻔하다. 결국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 내 강경파에게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된다. 성질을 못 이기고, 화를 못 다스리고 아이를 집 밖으로 내모는 부모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남편은 아내하기 나름'이라는 유명 CF가 있었다. '아이는 부모하기 나름'이라는 말도 성립된다. 물론 '야당은 여당(대통령) 하기 나름'이라는 말 역시 수긍이 간다.
대통령이나 여당이 야당의 주장을 들어준다고 그것이 야당에게 백기를 드는 게 아니라는 건 어린아이도 다 안다. 양보와 굴복을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을 평균적인 우리 국민이라면 다 갖고 있다. 밖으로만 도는 야당을 국회 안으로 들어오게 해 국회를 정상가동시키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여당의 '통 큰 양보'가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물론 그게 대통령이 야당에 고개 숙이는 게 아니라는 점도 알고 있다.
70% 선마저 뚫고 올랐던 박 대통령 지지율이 추석 연휴 동안 조금(6~8%포인트) 내려갔다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왔다. 상승세가 꺾인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야당 다루기' 실패에 대한 평가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의 책임은 커지고 져야 할 정치적 짐의 무게도 늘어날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차문 닫다 운전석 총기 격발 정황"... 해병대 사망 사고 원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