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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공기관부터 한글 의미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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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문화연대는 4~6월 정부 부처와 국회, 법원 등이 낸 보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외국어나 한자를 써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건수가 8천842건이나 된다고 8일 밝혔다. 'R&D' 'First mover' '對' 등 외국어나 한자를 그대로 쓰거나 '가이드라인'(기준), '리스크'(위험), '시너지'(상승효과) 등 한글로 쓸 수 있는데도 영어 발음대로 옮겨 적은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국어기본법 14조는 공공기관의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한글 뒤에 괄호를 표시해 한자 또는 외국어를 함께 쓰도록 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공문서에 외국어를 남발하는 현상은 한글을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위험 수위에 달했음을 나타낸다. 영어 등 외국어 실력을 중시하는 흐름 속에서 일상 대화는 물론 기업 광고, 거리의 간판 등에 외국어가 난무하고 공공기관의 공문서에까지 침투하게 된 것이다. 공문서뿐만 아니라 '주민복지센터' 등 행정기관의 명칭이나 '컬러풀 대구' '프라이드 경북' 등 지방자치단체의 홍보 문구에도 외국어가 버젓이 쓰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을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한글은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지나친 축약으로 말미암은 국적 불명의 언어화, 10대 학생들의 거친 언어 습관에 따른 왜곡, 일본식 표기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올해 한글날을 23년 만에 법정 공휴일로 재지정했다. 이를 계기로 한글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에서 나아가 한글을 살리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공문서 등에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을 없애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또 기업 광고, 간판 등 민간 영역에서도 외국어의 지나친 사용을 규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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