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은 세계 최고의 빈곤 퇴치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경험을 역사와 문화, 언어, 생활방식이 다른 국가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각 국가별로 적합한 모델을 개발하려면 이론화와 체계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국내 농촌개발모형에만 치중했던 새마을운동의 연구 범위를 세계적 범위로 넓혀야 하는 이유다.
영남대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은 새마을운동의 이론화 및 전문화 연구 기관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기존의 새마을운동의 이론을 재해석하고 변용하며 적합한 모델을 개발하는 것. 각 나라의 인재들을 교육시켜 새마을 세계화 사업의 토대로 만드는 과정이 주된 목적이다.
◆새마을운동의 학문적 토대
르완다 출신의 패트릭(34) 씨는 영남대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에서 한국의 성공 요인과 경제 발전 과정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그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박정희 대통령과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의 리더십에 관한 문제들이다. 패트릭 씨는 두 대통령의 리더십의 유사점과 차이를 주제로 논문을 썼다. 정부기관의 공무원으로 일하는 패트릭 씨는 "르완다의 지역개발정책인 '우무간다'는 새마을운동과 유사하지만 관 위주의 정책에만 머물러 있다. 1994년 집단 대학살 이후 잠재돼 있는 종족 간 갈등으로 인해 주민 간 협력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와 지역 사회에 한국의 새마을운동의 경험을 전파해 발전을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첫 강의를 시작한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은 현재 세계 30개국, 51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이들은 '새마을운동 이론 및 실천' '공공정책 및 리더십' '산림자원 및 생태복원' 등을 전공하며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영남대는 2009년 국내 대학 최초로 '글로벌새마을전공' 석사과정을 개설해 새마을학 분야의 인력 양성에 나섰다.
이어 2009년 6월 박정희리더십연구원을 설립해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경영철학과 리더십, 새마을운동, 국토개발정책 등 성공적인 업적 전반에 대한 조사와 정리, 연구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2011년 11월 설립된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은 이 같은 노력을 토대로 새마을운동을 체계화하고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에 적합한 공적개발원조(ODA)의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됐다. 올 3월에는 브룬디, 콩고, 코트디부아르,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필리핀, 캄보디아, 파푸아뉴기니, 미국 등 23개국에서 35명이 새마을운동을 배우러 영남대를 찾았다. 대부분 해당 국가의 지도자와 공무원, 전문직 종사자 등 여론 주도층이다.
◆글로벌 새마을운동의 씨앗으로 성장
학기 중 학생들의 일주일은 꽤 빡빡하게 돌아간다. 매달 첫 주 월요일에는 영남대 캠퍼스를 청소하는 새마을캠페인으로 한 주를 시작한다. 주 5일간 매일 한 시간씩 한국어를 배우고 쉴 새 없이 강의가 이어진다. 방학 중에도 논문과 시험 준비를 위해 대부분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1년 3학기 과정으로 최소 36학점을 이수해야 하며, 전과목 B학점 이상이어야 한다. 한국어와 영어도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학생들에게는 전액 장학금과 월 100만원의 생활비가 지급된다. 지난해 3월 입학했던 15개국 출신의 17명의 1기생은 올해 초 학기 과정을 모두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 석사논문을 준비했다. 그 결과 지난 8월에는 세계 최초의 '새마을학' 석사 3명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간 이들은 대부분 전공과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며 새마을운동 전도사로 나서게 된다. 산림 자원 및 생태복원을 전공한 미얀마 출신의 조조(26) 씨는 원래 종사했던 산림 환경 관련 부서 공무원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탄소 절감을 위한 산림 자원의 중요성과 양 국간 산림 정책을 비교하는 주제의 논문을 완성해 논문 심사를 맡긴 상태. "미얀마는 자원은 풍부하지만 불안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주민 간 협동심이 약합니다. 정부의 정책이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도 많고요." 걱정스럽게 미얀마의 상황을 진단한 조조 씨는 "대규모 사방사업이 진행됐던 박정희정부 시기의 산림 정책을 배우고 싶다"며 "미얀마의 산림은 나무는 많지만 경제적인 효용이 낮은 곳이 대부분인데 한국의 산림 지식과 경험을 산림 정책에 접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돌아간 에티오피아의 드메크 아트로우 씨는 에티오피아 제2의 도시인 암하라 지역 농업국의 부소장으로 승진했다. 드메크 씨는 새마을운동의 정신과 발전 과정을 에티오피아의 농업 정책에 반영해 새로운 지역 개발 정책으로 끌어낼 복안이다. 에티오피아 출신의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졸업생들은 정부가 신설한 잡 교육센터에서 트레이너 역할을 맡았다.
박승우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원장은 "새마을운동 이론화의 영역 중에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의 발전 방안과 실천론을 연구하는 분야로 각 국가에 새마을운동 정신을 적용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화된 프로그램 개발 총력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은 개발도상국의 저개발국가의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일방적으로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에 '퍼주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기존의 공적개발원조의 방식은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외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사회적 문화적 풍토가 조성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의 정신인 근면'자조'협동을 적용하면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다. 공적개발원조의 기본 틀에 새마을운동의 방법론을 적용시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영남대가 국제개발협력원을 설립한 것도 이 같은 목적 때문이다. 또 연구자들이 글로벌 새마을운동과 국제 개발협력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영문화 작업을 해나갈 계획이다. 또 유엔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관에서 마련하는 워크숍이나 세미나 등에 참석해 국제개발협력 모델을 제시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연구'교육 이외에도 캄보디아, 미얀마, 에티오피아, 인도, 베트남 등의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에 진출한 기업이나 공공기관과 연계해 공적개발원조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활동을 함께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은 새마을운동에 맞는 조사 연구와 컨설팅을 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박승우 원장은 "나라마다 풍토와 지역 사회적 환경, 민족 집단 구성, 계층 간 격차 등이 모두 다르다. 각 나라마다 적합한 구체적인 적용 모델들을 연구하고 있다"며 "어려운 작업이지만 새로운 공적원조의 모델을 개발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